“분홍은 살아남기 위한 색이었다”…갤러리현대, 최민화 재조명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 참가

최민화 벗, 김씨, 1991, 캔버스에 유채 , 97 × 130.3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대의 PTSD를 회화적 환각으로 바꾼 그림. 화가 최민화에게 ‘분홍’은 낭만의 색이 아니었다.
1987년 6월항쟁의 거리. 최루탄이 터지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에게 걸었던 감각의 자기최면이었다.
갤러리현대가 21~24일 여는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에 참가, 최민화의 ‘분홍’ 연작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최민화의 독자적 구상회화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을 단순히 ‘민중미술’이라는 미술사적 범주 안에 가두지 않는다. 현실과 삶의 결을 화면으로 증언해온 회화 세계로서, 인간 존재와 시대 감각에 대한 탐구를 입체적으로 다시 읽어내려는 시도에 가깝다.

최민화, 부랑공간, 1998, 캔버스에 유채, 147.5 × 35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최민화는 역사와 근대, 주변의 현실과 인간 실존을 오랫동안 구상회화를 통해 탐구해왔다. ‘분홍’ 연작 이후에도 ‘조선상고사 메모’, ‘회색 청춘’, ‘20세기 연작’,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 등 시대와 개인의 감각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분홍’ 연작은 여전히 특별하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행기의 사회적 전환 속에서 제작된 이 연작은 거리 시위와 국가 폭력의 현장을 직접 겪은 화가의 감각에서 출발했다.
당시 최민화는 “손바닥을 뒤집어 써야 할 때, 차라리 죽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 절망 속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순간을 “분홍빛으로 피어나는 장면”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현실을 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폭력의 시간을 견디기 위한 감각의 재구성이었다.

최민화, 분홍 -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1991, 캔버스에 유채, 97 × 130.3 c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서 화면을 가득 메운 분홍색 군상은 단순한 색채 효과가 아니다. 저항과 좌절, 연대와 고립이 뒤엉킨 시대의 감각이자, 집단의 역사와 개인의 내면이 충돌하는 심리적 풍경에 가깝다.
무엇보다 지금 다시 이 연작이 호출되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불안과 긴장이 교차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 과잉 이미지와 왜곡된 정보 속에서 현실은 끊임없이 개인의 감각을 압박한다.
그런 점에서 최민화의 ‘분홍’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세계를 감각하는 하나의 방식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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