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무너트린 미국 지도력, 되살리기 힘들 것"[트럼프 100일]
양국화와 경제 불안 지속되면서
제2의 트럼프 등장 가능성 상존
세계 규범 빠르게 붕괴…중국 부상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취임 100일도 채 안돼 미국이 약 80년간 공 들어 구축한 세계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2025.04.29](https://img1.newsis.com/2025/04/22/NISI20250422_0000275094_web.jpg?rnd=2025042215495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취임 100일도 채 안돼 미국이 약 80년간 공 들어 구축한 세계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2025.04.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국제 경제 질서를 뒤집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초래한 변화는 트럼프 후임자가 누가 되더라도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수 세대에 걸쳐 쌓아 올린 미국에 대한 신뢰가 파괴되는 것이 가장 큰 피해라고 지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이안 골딘 교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층과 JD 밴스 미 부통령 같은 인물들은 트럼프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MAGA를 떠받친 양극화와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세계가 미국에서 또 다른 트럼프가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이 미국을 배제하는 새 무역 협정과 안보 동맹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유럽연합(EU)와 남미 국가들이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새 무역 지대를 구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을 통하지 않는 새로운 교통망 건설을 제안했다. 캐나다는 유럽의 군비 확장에 참여하기 위해 협상 중이며, 영국과 EU는 새 방위 협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골딘 교수는 "세계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공급망이 재편되고, 새 협력관계가 형성되며 외국 유학생, 연구자, 기술 인재들이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서 "미국이 경제적 위상을 빠르게 복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골딘 교수는 또 트럼프가 전 세계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고무하면서 세계의 규범이 무너지고 있다며 "미국만 변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 경시는 중국 영향력 강화 기회
미 아시아 소사이어티 오빌 스첼 미중관계센터장은 "트럼프 정부가 시진핑과 중국에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트럼프가 초래한 혼란을 틈타 중국을 자유무역의 수호자이자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새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으며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신흥국가들이 호응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 최빈 국가들에 식량과 의료를 제공해온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무력화했고 미 국무부는 아프리카 주재 공관을 대거 폐쇄할 계획이다.
중국은 반대로 아프리카의 핵심 광물 자원을 장악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미국이 빠지면서 생긴 공백을 틈타 중국이 입지를 강화하고 광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적대하면서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저지해온 역대 미 정부의 노력도 위축될 전망이다.
예컨대 네덜란드와 일본이 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는 데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가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앤서니 홉킨스 교수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구매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국제 투자자로서 역할이 크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면 “중국의 미국 국채 투자 능력을 약해지는데 이는 트럼프가 스스로 발등을 찍는 셈”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동남아 각국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과학적 우수성과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 국가과학공학통계센터(NCSES)에 따르면, 미국 장기 기초 연구 자금의 약 40%를 연방정부가 지원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대학, 과학자, 연구자에 지원하던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환경 재해, 질병 통제, 기후 변화, 청정에너지, 컴퓨터 처리, 농업, 국방, 인공지능 관련 연구들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전력망, 송유관, 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 자금 지원도 대폭 삭감되면서 수천 명의 베테랑 전문가들과 유망한 신진 연구자들이 해고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외국 출신 연구자들이 보조금과 일자리, 학문 자유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기 시작했다.
해체되거나 인력이 빠져나간 기관들이 보유하던 인적 네트워크, 지원 시스템, 정보, 물류 노하우를 신속히 복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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