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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왜 유조선 공격했나…'호르무즈 통제권' 노린 승부수

등록 2026.07.09 17:25:59

경제 지원 기대 무산·역내 영향력 약화 위기감 커져

오만 항로 우회에 반발…美에 협상 압박하려는 의도

하메네이 장례 기간 중 도발…전쟁 승리 메시지 내세워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사진은 2026년 5월2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01.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사진은 2026년 5월2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0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이란이 휴전 이후 다시 유조선을 겨눈 것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고 협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오면서 오히려 전면 충돌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체결했던 휴전 양해각서(MOU)를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란 전역에 대한 공습을 확대했고, 이란은 미국 동맹국을 겨냥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4월부터 이어져 온 불안정한 휴전 체제가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당초 양해각서의 핵심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 상선에 다시 개방하는 대신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핵 프로그램 등 민감한 사안은 후속 협상으로 넘기고, 우선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이란은 기대했던 경제 지원을 받지 못했고, 미국 역시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이란은 미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란은 모든 선박이 새로 설립한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기구에 등록하고 통행료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미 해군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선박들이 오만 해안을 따라 남쪽 항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해양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 수는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에서 약 30~40척 수준으로 줄었으며, 선박들은 이란과 오만 해역으로 분산 운항했다.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연구대학원(SAIS)의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NYT에 "양해각서는 점점 신기루처럼 보였다"며 "테헤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빼앗고 레바논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결국 전쟁을 재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별도 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압박했고, 이란에 대한 경제 지원 규모 역시 계속 축소되는 분위기였다.

[테헤란=AP/뉴시스] 지난 6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이슬람혁명광장에 운집한 추모객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 2026.07.06.

[테헤란=AP/뉴시스] 지난 6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이슬람혁명광장에 운집한 추모객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 2026.07.06.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협상력을 잃기 전에 군사적 압박을 통해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기간 중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3척을 공격했지만, 공격의 책임은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전 말로니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를 견뎌낸 이란 지도부는 스스로 상당히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장례식과 공격 시점이 겹친 것은 정권이 전쟁을 견뎌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국내외에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적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과시하는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석유 제재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경제 고문인 마지드 샤케리는 국영TV에서 "수익은 통제권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해협을 장악하든지, 아니면 모두 순교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실제 전면전보다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담당 국장을 지낸 네이트 스완슨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대부분은 허세에 가깝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무력 사용과 강경 발언을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란도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란의 계산이 빗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석가들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를 "악마",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리아 특사를 지낸 조엘 레이번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YT에 "이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트럼프를 오판했다"며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도발을 감행한 뒤 스스로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전략을 반복해 왔지만, 이번에는 지나치게 선을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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