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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티베트밀교]관정, 수행을 허하노라!

등록 2012.02.21 16:59:13수정 2016.12.28 00: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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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티베트 불교 이야기' <3>  티베트에는 관정[abhiseka·灌頂]이라는 밀교의식이 있다. 또 대승불교처럼 소의경전에 따라 공부하는 즉, 드러난 가르침으로서 현교(顯敎)가 있다. 쉽게 읽고 볼 수 있는 경전에 적힌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에 현교다. 밀교(密敎)는 경전 등 문자로 함부로 전하지 않는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가르침이란 뜻이다. 밀교수행을 실제로 한 스승인 라마만이 뛰어난 근기를 가진 제자에게만 가르침을 전하기 때문에 밀교는 그 자체가 매우 비밀스럽다. 티베트에서는 현교 공부가 무르익고 근기가 뛰어난 사람에 한해서 밀교에의 입문을 허락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티베트 불교 이야기' <3>

 티베트에는 관정[abhiseka·灌頂]이라는 밀교의식이 있다. 또 대승불교처럼 소의경전에 따라 공부하는 즉, 드러난 가르침으로서 현교(顯敎)가 있다. 쉽게 읽고 볼 수 있는 경전에 적힌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에 현교다. 밀교(密敎)는 경전 등 문자로 함부로 전하지 않는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가르침이란 뜻이다. 밀교수행을 실제로 한 스승인 라마만이 뛰어난 근기를 가진 제자에게만 가르침을 전하기 때문에 밀교는 그 자체가 매우 비밀스럽다. 티베트에서는 현교 공부가 무르익고 근기가 뛰어난 사람에 한해서 밀교에의 입문을 허락하고 있다.  

 관정은 단순히 비밀의 가르침을 스승이 제자에게 전하는 즉 사자상승(師資相承)하기 위한 의식만은 아니다. 밀교를 널리 홍보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명한 살아있는 부처님이라고 할 수 있는 린포체나 환생 법왕인 툴쿠가 주관하는 관정법회가 열리면 티베트에서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겔룩의 링린포체, 썅빠까규의 깔루린포체, 둑빠까규의 깜뚤린포체 등의 관정에도 수백 명의 우리나라 신자들이 참여했다. 티베트에서는 관정을 많이 받으며, 그 가피로 악업이 소멸하고 내생에 복덕을 두루 갖춘 중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린포체는 장소를 청정하게 하는 의식으로 관정을 시작한다. 우선 보릿가루로 만든 맛있게 보이는 ‘돌마’로 모든 잡된 마구니들을 유인해서 잡아넣는다. 실제로는 그렇게 된다고 관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정을 받기 위해 참가한 사람들도 똑같이 관상한다. 명상이나 관상 속에서 그러한 정화의식은 실제로 효과가 작지 않다. 신성한 법당 안이지만 영가를 비롯해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이 운집한다. 그러한 존재 역시 관정을 받고 싶어 모이지만 간혹 방해하는 존재도 있다. 정화의식을 하면 집단의식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이질적인 존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관정에의 린포체와 신자들의 마음의 걸계 밖으로 초대받지 않은 존재들은 밀려나게 된다.

 다음으로 린포체는 신자들의 손바닥에 물이나 차를 부어준다. 참가자들은 그 물로 입을 헹군 후 뱉어내는 것으로써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고 관상한다. 그리고 위 없는 깨달음과 보리심을 발심하며 스승에게 관정을 청한다. 이로써 본격적인 관정의식이 시작된다. 물론 이러한 의식을 거치지 않는 사람들은 관련 수행이 금지된다.

 관정의식은 가피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피물로서 중생들에게 길상초를 나눠준다. 지난번 참석한 관정에서 달라이라마는 이 길상초는 마음의 순수한 자성 자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합장하고 길상초를 받은 뒤 베개 밑에 두면 미래를 상징하는 새벽녘에 일어난 꿈의 경계를 세심히 관찰하게 한다. 실제로 이 꿈에서 온갖 신비한 체험이 이뤄지기도 한다. 오늘 마음먹은 구도와 자비에의 초심을 잘 간직하면 좋은 꿈을 꾸며 미래에 반드시 성취를 이루게 된다.

 티베트의 불보살 가운데는 관세음보살의 화신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다라존보살이 있다. 그 보살을 티베트에서는 따라보살이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이 대자비심으로 중생을 대할 때 나온 눈물에서 탄생한 녹색따라보살, 백색따라보살이 대표적인 존상이다. 우리나라 불교 즉 현교에서는 이 보살의 이름 즉 명호(名號)를 부르는 주문을 외우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티베트에서는 허락받지 않은 기도 역시 인정받지 못한다. 위급해서 한번 부르는 것이야 잘못이 없겠지만 본격적인 기도생활을 할 때는 반드시 관정이라는 인가(認可)를 거쳐야 한다.

 이유는 혼자 수행하다가는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재가불자 역시 라마의 인도에 따라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을 위한 자기를 바로 보는 참된 기도를 해야 한다. 수행을 하다 보면 관상이나 명상 중에 느끼는 다양한 환상적인 체험이 반드시 좋은 경험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내자불선(來者不善)이라고 했던가. 수행 중에 갑자기 떠오르거나 망상이나 잡념 속에서 다가오는 존재는 불보살 같은 밝은 존재도 물론 있다. 그러나 혼이든 백이든 영혼이나 귀신과 함께 사람들의 생각이 만들어낸 이질적인 존재인 사념체(思念體) 등도 없지 않다.

 그러한 존재에게 유혹되거나 시달리게 될 때 흔히들 마장(魔障)이라 불리는 장애가 시작된다. 무당에게나 있을 법한 빙의나 신들림이 그런 종류의 하나일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에 노출됐을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밀교수행을 한 라마의 영적인 가르침이다. 따라서 시작부터 부처님과 같은 스승인 린포체의 가르침에 정해진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관문이 관정식인 것이다.

【워싱턴=AP/뉴시스】티베트인들이 18일(현지시간) 달라이라마의 숙소 호텔 앞에서 그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물론 관정이라고 해서 다 같은 관정이 아니다. 여기서는 일반 신자들이 처음 입문을 할 때 받는 관정인 결연관정(結緣灌頂)을 중심으로 소개한 것이다. 결연관정이란 재가자들뿐만 아니라 출가승도 불보살과 인연을 맺는 관정을 말한다. 티베트에서 처음 관정을 받는 자는 단상에 놓여 있는 여러 불상을 향해 꽃을 던져 꽃이 떨어진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부처를 인연이 있는 부처라고 생각해 본존(本尊)으로 삼는다고 한다. 석가모니불, 문수보살, 미륵보살, 지장보살 등의 부처님을 모신 곳에서 꽃을 던져 만약 지장보살 앞에 떨어지면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삼고 수행 정진한다는 것이다.

 관정을 받는 사람은 부처의 명호를 부르면서 라마승에 의해 여래의 5가지 지혜를 의미하는 5병에 있는 물로 3번 머리 특히 정수리가 씻기며, 주문을 입으로 전하는 즉 구전(口傳)으로 티베트말로 룽을 받게 된다. 그리고 관정을 내리는 린포체는 관정식의 주존(主尊)인 부처님을 관상하게 한다. 이전에는 인장도 주고 했다는데 요즘은 결연을 뜻한 실끈을 준다. 달라이라마나 법왕들이 10만번이나 100만번 주문이나 기도를 한 다음 가피를 내린 끈을 받아 목에 차거나 손에 감는다. 예전에는 붉은색이나 노란색이 많았는데 요즘은 자색 고무 밴드 등 색깔이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가피물을 나눠주는 듯하다.

 법등사의 설오스님에 따르면, 이러한 관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준비가 요구된다고 한다. 첫 번째는 법맥이 살아있는 법통의 스승으로부터 전수되는 가피의 힘이다. 아무나 관정을 주는 게 아니다. 환생한 큰스님인 린포체 이상의 스승만이 관정을 베풀 수 있다. 두 번째는 수행자가 불보살님과 스승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큰 신심이다. 치료에서도 자기 병을 고치려는 간절한 마음과 그 약을 신뢰하는 환자의 지극한 마음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한다. 세 번째는 관정을 통해 제자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그 마음의 본질에 대한 자각이다. 구도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관정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구도의 일부다.

 티베트어로 관정을 방쿨이라고 하며 그 의식을 왕[Wang]이라고 한다. 이것은 수행자가 지녀야 할 힘을 불보살이 스승을 통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관정은 이미 중생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불성의 종자를 본존불의 가피를 통해서 드러나게 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라마교에서는 관정이 베풀어지고 나서야 만다라를 친견하는 것이 허가되며, 밀교의 경전과 의궤에 대한 접근이 한정적으로 허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티베트 밀교의 관정이 우리나라 도가나 선가에서도 과거부터 있었던 것 같다. 박재봉이 쓴 ‘하늘공부1·2’를 보면 “관정은 과거부터 해오던 것으로 스승이 제자의 중요한 자천(수행) 길목에서 도움이나 중맥(차크라)을 열어 주거나 하는 것으로 제자와 도의 원천을 연결하고 개통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도의 원천과 불보살의 자리만 다를 뿐 같은 방법이다. 상단전에 해당하는 정수리를 통해 하늘이나 불보살과 통한다는 점에서도 스승이 제자의 수행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처럼 현교이든 밀교이든 그리고 선가나 도가나 요가수행에서도 명상이나 관법 등의 수행방법은 비슷한 흐름이 있다. 그러나 주문을 외고 호흡을 다스리며 더 깊게 마음을 가라앉혀 심층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중요한 부분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티베트 밀교나 다른 도가나 선가의 수행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 책을 읽어보면 티베트 밀교 등에 대해서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명쾌하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어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대학 문턱에도 가지 않은 저자가 30여 년에 걸친 수행의 결과를 낸 것이기에 간혹 거친 표현이 나오더라도 전혀 무방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국립민속박물관 큐레이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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