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란 무엇인가

‘신동립의 잡기노트’가 300회를 맞이했다. 뉴시스에서만 300회다. 없어진 신문 스포츠투데이가 창간한 1999년 3월11일부터 따지면 연재횟수는 굉장히 많을 것이다. 요즘은 주1회 남짓이지만, 그때는 매일 실었다.
13년 전 그 새 일간지를 준비한 오규식 초대 편집국장은 평기자 신동립에게 일일칼럼을 쓰라고 했다. 리포터나 저널리스트나 둘 다 ‘기자’를 가리키지만, 뉘앙스 차이는 있다. 그래서 고사했더니 그는 “한국판 ‘드러지 리포트’로 자리잡게 하겠다”며 ‘신동립 잡기노트’라는 고정 컷까지 지어줬다. ‘드러지 리포트’ 따위는 싫다는 선에서 타협, 박람강기 엇비슷한 색깔을 유지했다. 최장 한 달에 이르는 출장기간에도 안 빼고 지면 한 구석을 채웠다. 매명이 전부인 기자로서는 힘에 겨워도 복이다.
2006년 여름, 뉴시스에 취직한 지 얼마 안 돼 주간 ‘뉴시스 아이스’가 나오게 됐다. 당시 이재무 편집상무가 잡지의 맨 뒷 면에, 아니나 다를까 ‘요상한 얘기’를 쓰라고 시켰다. 수용했지만, 글의 방향은 역시 내 멋대로 정했다. 주간지 발행일자가 잡기노트의 내용과 동떨어지면 온라인에만 송고했다. 이번 제282호에서 300회 운운하고 있는 이유다.
잡기노트를 욕하는 남녀들을 외면한 채 아전인수, 거두절미한 평이 더러 있다.
“세상만물을 찰흙 주무르 듯이 요리해 신기한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듯한 ‘신동립의 잡기노트’ 시리즈. 그가 이슈를 쫓는 기자이면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다른 기자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꾼’이었다. 그는 맥가이버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척척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인물과 닮았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기획형 기자’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기자였을 것이다. 모래사장의 무대에서 사금들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신동립은 가지고 있었다. 그는 색다른 관점을 갖고 하나의 줄기를 잡으면 그 속에 줄줄이 고구마를 캐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결국 기발한 아이디어와 탁월한 분석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자에게 글쓰기나 취재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아이디어 능력이란 생각이 든다. 즉 기자에게 필수적인 기획력은 ‘어떤 기사를 만들어 낼까?’를 구상하는 설계도와 같은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가장 돋보이는 점은 단연 ‘발굴력’이다. 그가 선보인 기사들을 읽다보면 그 아이디어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관찰력과 남들에게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도 어떤 기자의 눈엔 시대흐름을 읽어내는 재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글쓰기나 취재력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이렇게 쓰여진 그의 기사들은 독자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고, 때론 다른 곳에선 절대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아무 것도 없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재미를 끄집어낼 수 있는 그의 기사는 늘 새롭다. 끊임없이 발굴되는 참신한 소재와 함께 아이디어로 뭉친 포장기술이 늘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드는 것이다. 신동립이 만든 기사들은 오감각을 활용한 ‘다르고 낯설게’ 보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동립이 쓴 많은 기사의 아이디어는 실제로 ‘집요한 추적’과 ‘뒤집어 보기’ 등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동조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님은 왔습니다. 아아 위대하신 나의 님은 왔습니다. 짝퉁찌라시 숲을 헤치고 으뜸 찌라시를 향하여 난 좁은 길을 펜대를 잡고 그렇게 오셨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기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글빨에 눈멀었습니다. 아아 님은 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진 아니 할 겁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님의 기사는 나의 가심팍을 휩싸고 돕니다. 본기자, 수없이 많은 님의 주옥같은 역작들을 모두 소개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러나 단 몇 작품 만으로도 님의 내공과 기개를 확인하는 데엔 모자람이 없을 거라고 본다.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으며 감칠나는 작품을 만들어오신 ‘일당백’ 신기자님. 님이 계신 이상, 허우대만 좋은 찌라시들이 ‘흔들리지 않아여’ 내지 ‘다음만 생각해여’ 같은 얘기로 민좆정론지라 주장하는 양상은 조만간에 꼬리를 내리지 않겠는가.” (도대체, 딴지 인사발령부 꼬붕, 딴지일보)
조롱이냐, 칭찬이냐 헷갈리는 이 보도를 본 유명인사는 저서에 “나는 싱거운 일에 철학을 가지고 일가견을 세우는 이들을 예전부터 존경해왔다. 딴지일보가 ‘영웅탄생’하며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모든 수식어로 포장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신동립 같은 이를 존경하고…”라고 언급해줬다.
‘잡기노트’는 역설적 의도다. 미쳤다고 자인하는 미친사람은 없는 것과 같다. 쇠똥이, 개똥이, 소(小), 작명의 기본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알았는데 ‘신동립의 잡기노트’는 특허출원(4019990034714)도 돼있더라.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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