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단독]조서주체 문제삼는 검찰 보완수사…경찰 "안따를것"

등록 2021.05.05 09: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형소법, '사법경찰리' 조서작성 제한

현실에서는 허용…대법·헌재도 인정

수사권조정 후 일부 검사들이 제동

경찰 일선에선 반발 "몽니 아니냐"

보완수사 따르지 않고 사건 재송치

[단독]조서주체 문제삼는 검찰 보완수사…경찰 "안따를것"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일부 검찰청이 수사권조정 이후 경사계급 이하 경찰관들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지적하며 사건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경찰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관련 보완수사 요구는 일체 불이행하기로 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사법경찰리'의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을 문제삼는 검찰 보완수사 요구는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형사소송법은 경찰관을 '사법경찰관'과 '사법경찰리'로 구분한다. 또한 피의자신문의 주체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제한한다. 법률상 경찰의 피의자 신문이나 조서작성은 경위 계급 이상 사법경찰관만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조문만 봤을 때다. 모든 피의자 신문을 간부급 경찰관이 담당할 수 없는 만큼, 현실에서는 경사 이하 경찰관들의 조서 작성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982년 "사법경찰리가 검사등의 지휘를 받고 작성한 서류는 권한 없는 자의 조서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경사 이하급 경찰관들의 진술조서 작성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01년 피의자신문이나 조서작성을 사법경찰리의 업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놨다.

검찰 역시 이같은 부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동안 경사 이하 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안동지청 등 일부 검찰청을 중심으로 기류가 달라졌다고 한다.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조서는 법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를 정정하라는 보완수사 요구가 경찰에 다수 접수되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수사권조정으로 검사의 지휘권이 사라졌고, 검사 지휘를 받지 않는 사법경찰리가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한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우니, 경위 이상 경찰관이 다시 조서를 작성해야한다는 취지다.

경찰은 검찰의 문제제기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먼저 보이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자면, 경찰관만 바꿔서 피의자를 다시 불러 같은 내용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조정 이후 몽니를 부리는게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률과 판례해석의 문제인데, (사법경찰리에 대한) 검사의 지휘는 없어졌지만 사법경찰관의 지휘는 법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대법 판례나 헌재 결정례가 바뀐 부분도 없다"며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사법경찰리가 작성하는 조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단독]조서주체 문제삼는 검찰 보완수사…경찰 "안따를것"

경찰은 검찰에서 관련 보완수사 요청이 올 경우 이행하지 않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완수사 결과통보서에는 '이행이 불합리하다' 등의 사유를 기재하는 방식이다.

관련법에 따라 검사는 경찰관이 정당한 이유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담당자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일선에서 검·경 갈등이 극에 달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그런 사례는 없다고 한다.

갈등이 확대될 소지가 있으나 아직 검·경 조직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일선에서 협의점을 찾아가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사법경찰리가 조서를 작성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지휘했다는 사실을 수사보고로 남기는 형식 등이다.

다만 여전히 의견차가 해소되지 않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곳도 있다. 의견차가 첨예한 안동 지역도 협의가 진행되는 단계로 알려졌다. 조서작성 주체를 둘러싼 대치가 길어지면, 수사기관의 사건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무자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관서장들이 협의에 나서도록 돼 있다. 경찰은 관서장급 협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대검과의 수사기관협의회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