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리와 돌아온탕자들, '투명한 노동'이 직조해 낸 전위의 시간
'2026 독일 재즈상' 안은 '용리와 돌탕' 리더 용리 서면 인터뷰
![[서울=뉴시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사진 = 밴드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6/NISI20260616_0002161854_web.jpg?rnd=20260616101058)
[서울=뉴시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사진 = 밴드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그레시브 임프로비제이셔널 뮤직 그룹으로 통하는 재즈 밴드 '용리와 돌아온탕자들(yonglee & the DOLTANG·용리와 돌탕)'의 첫 정규 앨범 '인비저블 워커(Invisible Worker)'는 이처럼 은폐된 '투명 노동'의 고단함을 묵직한 음악적 성취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이들의 음악에서는 치밀하게 계산된 복잡한 변박과 록의 파열음 위로 재즈 본연의 직관적인 즉흥 연주가 폭발하듯 교차한다. 자칫 충돌하기 쉬운 양극단의 방법론을 유기적인 합으로 엮어내며, 이들은 모든 것을 빠르게 소비하고 결과로만 측정하려는 현대 사회에 묵직한 저항의 메시지를 던진다.
철저한 육체적 궤적과 소모를 증명해 낸 이들의 결기는 결국 아시아 국가 최초 '재즈어헤드(Jazzahead!)' 초청을 넘어, 유럽의 대표적 권위를 자랑하는 '2026 독일 재즈상(Deutscher Jazzpreis)'에서 '올해의 데뷔 앨범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이라는 눈부신 궤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대 위 가장 빛나는 조명을 받게 된 지금도, 팀의 리더 용리는 피로와 생존감이라는 척박한 현실의 감각을 여전히 음악의 중심에 둔다. 낭만화된 영감이 아닌, 몸으로 버텨낸 시간과 노동의 흔적을 통해 비로소 자유를 성취해 내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거대한 산업 시스템 속에서 익명의 숫자로 환원될 뻔했던 '투명 노동자'에서, 한국 재즈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며 돌아온 용리의 치열한 기록이다.
-앨범 타이틀 '인비저블 워커(Invisible Worker)'는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된 '투명 노동'을 가리킵니다. 라운지 피아노 연주자로서 스스로를 '배경 그림'으로 감각했던 소외의 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전위적인 사운드를 직조해 내는 '전경'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내면의 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라운지에서 연주할 때는 음악가라기보다 공간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직원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이 저에게 음악의 본질을 더 깊게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들리기 위한 음악보다, 왜 소리를 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해졌거든요. 어쩌면 가장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표현적이고 솔직한 사운드를 꿈꾸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탕의 음악에 그 과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루리센트 라이트(Fluorescent Light)'는 삶에 지쳐 누워 바라본 형광등과 날벌레에서 기인했다고 하셨지요. 재즈는 흔히 현재 영감과 즉흥의 예술로 낭만화되지만, 이 곡이 실린 음반은 그 이면에 있는 철저한 육체적 궤적과 소모를 증명하는 듯합니다. 용리에게 음악적 '노동'이란 영감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입니까, 아니면 노동이 남긴 피로와 흔적 그 자체가 음악의 질료가 되는 것입니까?
"저는 영감이라는 걸 낭만적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음악은 머리로 떠올리는 아이디어보다, 몸으로 버텨낸 시간들이 남아서 만들어지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쳐서 누워 형광등을 바라보던 순간, 새벽 공기의 냄새, 습도, 입금 날짜를 기다리는 감각 같은 것들이 결국 음악 안에 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노동은 단순히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구성하는 재료에 더 가깝습니다. 피로, 반복, 생존감 같은 것들이 돌탕의 리듬과 사운드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사진 = 밴드 제공) 2026.06.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6/NISI20260616_0002161866_web.jpg?rnd=20260616101418)
[서울=뉴시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사진 = 밴드 제공) 2026.06.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즈의 자유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기는 자유라기보다, 서로가 공유하는 언어 위에서 만들어지는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돌탕은 변박도 많고 구조도 복잡한 편이지만, 사실 리허설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건 테크닉보다 에너지의 방향이나 긴장감의 밀도 같은 것들입니다. '조금 더 무너질 것처럼 가자', '여긴 참지 말고 밀어붙이자' 같은 언어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죠. 결국 즉흥이라는 건 서로를 얼마나 깊게 신뢰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드림시어터(Dream Theater)'로 대변되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치밀함과 재즈의 즉흥성은 자칫 충돌하기 쉬운 양극단의 방법론입니다. 장르가 맹렬하게 교차하는 폭발적인 밴드 사운드 속에서도 소리가 분산되지 않고 묵직한 응집력을 갖기 위해 고민, 노력해온 지점은 무엇인가요?
"겉보기에는 두가지가 충돌하는 것 같지만, 저는 결국 모두 몰입에 대한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탕에게 중요한 건 구조의 복잡함보다, 그 안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각자의 연주를 드러내기보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밴드가 되고 싶었습니다."
-'돌아온 탕자들(DOLTANG)'이라는 이름은 종교적 메타포이자, 주류나 기성에 대한 저항의 선언으로 읽힙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떠돌다 귀환한 자아, 혹은 순수한 음악적 열망으로 회귀하려는 실존적 투쟁의 의미로도 다가옵니다. 지금, 이 무대 위로 '돌아온' 용리가 가장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는 대상은 무엇입니까?
"'돌아온 탕자들'이라는 이름에는 거창한 선언보다는 약간의 자조와 유머가 섞여 있습니다. 음악을 계속한다는 게 때로는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선택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제가 가장 저항하고 있는 건 모든 것을 너무 빠르게 소비하고 판단하려는 감각 같습니다. 음악도, 사람도, 삶도 점점 결과로만 측정되는 시대 안에서 조금 더 느리고 길게 호흡하는 감각을 지키고 싶습니다."
-'S50UND P61ant7'에 삽입된 숫자 '50617'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자의 수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산업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기호나 숫자로 환원될 뻔했던 개인의 고유성을, 가장 비대중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문법을 통해 복원해 낸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그 숫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익명화된 개인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토양 안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름 없이 지나가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음악을 지키기 위해 노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저희 역시 그 안에 포함된 하나의 연주자들이고, 그래서 이 곡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보이지 않는 음악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곡이기도 합니다."
-'페이 데이(Pay Day)'는 연주료가 입금되기 전후의 감정을 담았습니다. 기다림, 불안, 그리고 일시적 해갈이라는 감정의 진동은 즉흥 연주가 만들어내는 텐션(Tension)과 릴리스(Release)의 구조와도 무척 닮아 있습니다. 생활인으로서 겪는 현실의 감각이 연주자로서의 타건에 어떤 미학적 질감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서울=뉴시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6.05.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01/NISI20260501_0002125953_web.jpg?rnd=20260501181924)
[서울=뉴시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6.05.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평단의 찬사와 '2026 독일 재즈상(Deutscher Jazzpreis)' 수상이라는 눈부신 성취는, 역설적으로 '투명 노동자'로서의 고립감에서 출발한 이 음반의 기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세계의 주목이라는 가장 '빛나는' 결과물이, 음반을 관통하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자아의 서사를 어떻게 보완하거나 확장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독일 재즈상 수상이나 유럽에서의 반응은 분명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인비저블 워커'라는 제목을 더 실감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어떤 결과가 생기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훨씬 길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그 시간을 통과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보이지 않는 시간들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전해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믿게 됐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기존 틀을 깨는 혁신가'를 언급하며 시대의 정신을 담고자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26년 현재, 한국의 청년 세대가 마주한 가혹한 조건과 피폐함이라는 시대정신이 '돌탕'의 불규칙한 리듬과 파열음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어갔나요?
"저에게 불규칙한 리듬이나 갑작스러운 파열도 단순한 음악적 장치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감각 자체에 더 가깝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속도 안에서 사람들은 계속 긴장한 채 살아가고 있잖아요. 돌탕의 음악은 어쩌면 그런 시대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통과시키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자신에게 주는 위로이기도 하고요."
-'투명 노동'을 겪은 이방인에서 혁신가로 궤적을 옮겼습니다. 엘리트 중심의 교육이 아닌 누구나 악기를 접하는 문화를 꿈꾼다는 말씀에서, 재즈가 그저 고상한 예술로 박제되지 않기를 바라는 결기가 느껴집니다. '인비저블 워커' 이후, 용리와 돌탕이 향하고자 하는 다음 '노동'의 영토는 어디입니까?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한국 재즈 신(scene)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돼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결국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닿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즈나 즉흥음악이 일부 사람들만의 언어처럼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음악은 잘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니까요. 다음의 노동의 영토가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가기보다는, 지금 제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과 삶에 더 집중하다 보면 또 새로운 음악적 길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그 감각들을 놓치지 않고, 그것들을 다시 음악으로 바꾸는 작업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