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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국장, KDI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비판…김동연 입장표명 촉구

등록 2018.06.05 14: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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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KDI 보고서 부정확하고 편의적"

"최저임금 상대수준 비슷한 영국 탄력성은 외면…영국은 고용감소 없어"

【서울=뉴시스】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서울=뉴시스】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정부 싱크탱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폭을 높게 유지할 경우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해당 보고서가 부정확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아울러 이 국장은 이같은 부정확한 분석에 경제부처 수장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당 보고서의 맹점을 비판하도록 촉구한 모양새다.

이 국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KDI는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 논평했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으로 결론냈다. 외국 정책 사례도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며 "분석보다는 용기가 더 돋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날 최경수 KDI 인적자원정책 연구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았다"고 주장했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약 15%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적용되면, 2020년에는 14만4000명의 고용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노동시장의 임금 질서가 교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KDI 보고서의 맹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먼저 이 국장은 "이번 분석은 엄밀히 따지면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고용탄력성은 노동시장의 사정이나 구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효과를 예상하고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또 "그 추정치마자 편의적이다. 미국의 추정치 -0.015는 그나마 옛날 것(대부분 1970~1980년대)이고, KDI 논문에서도 인정했듯이 그 이후 추정치는 0에 가깝다. 즉, 전체적인 고용감소 효과는 없다"며 "그런데도 굳이 이 추정치를 사용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전제하고 분석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헝가리의 추정치와 관련해서는 "복수의 출처에서 나온 평균적 추정치를 사용한 미국과 달리, 단 한가지 헝가리 연구만 인용했다"며 "이 연구의 추정치가 KDI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유일한 실증적 근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최저임금의 상대수준이 비슷한 영국의 탄력성은 사용하지 않았다"며 "영국에서는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생겨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굳이 해외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사용한 점에도 물음표를 붙였다.

그는 "한국 연구가 부족하지만 없지는 않고 최근에는 많이 늘었다"며 "요약하자면 부분별, 연령별 차이는 있지만 총계 차원에서 고용탄력성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가 프랑스의 최저임금 인상 사례를 들어 속도조절론을 뒷받침한 부분도 지적했다.

이 국장은 "KDI의 분석은 자신의 결론을 추가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프랑스 사례를 들었는데 이 조차도 정확하지 않다"며 "KDI 분석이 주목한 2000년대의 최저임금 인상은 프랑스가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시간당 임금을 조정하면서 생긴 일이다. 급작스레 최저임금을 올려서 생긴 부작용 탓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끝으로 그는 "이런 분석에 한 나라의 경제부처 수장이 '침묵'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온갖 잘난 척하면서도 정작 어설픈 우리시대의 자화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이 최저임금 정책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취한 가운데 KDI 보고서가 나오자 김 부총리의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제학 박사인 이 국장은 지난 3월부터 한국인 최초로 ILO 국장직을 수행 중이다. ILO가 주장하는 임금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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