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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다 빠른 韓 부채 증가 속도…신용등급 강등 남의 일 아니다

등록 2025.05.26 11:50:00수정 2025.05.26 13: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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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 52.5%

20년새 2배 증가…美보다 증가 속도 빨라

고령화·성장부진으로 재정적자 비율도 급상승

20~30년내 부채 비율 '마지노선' 100% 넘길 듯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에 진입하며 6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미국의 경기 균열과 재정 적자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25.05.2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에 진입하며 6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미국의 경기 균열과 재정 적자 우려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25.05.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으로 강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에 이어 무디스까지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인 '트리플A'를 잃게 됐다.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로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꼽았다.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 국채 금리가 급등(가격 하락)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재정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고령화와 성장률 둔화로 지출은 급증하고 세수는 감소해 재정 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지난해 120.8%를 기록했다. 20년 전인 지난 2004년(66.3%)과 비교하면 1.8배 가량 늘었다. IMF는 미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30년 128.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빠른 나랏빚 증가세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 원인이 됐다.

D2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수치로, 주로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국가간 재정 상황을 비교할 때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나랏빛은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GDP 대비 D2 비율은 52.5%로 20년 전인 2004년(21.6%)보다 2배 가량 늘었다.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은 2020년 전까지 30% 대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급등했다. 2019년 39.7%에서 2020년 45.9%, 2021년 48.0%, 2022년 49.8%로 상승곡선을 그리다 2023년(50.7%) 50%를 돌파했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60%에 근접(59.2%)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증가 추이.(사진 : IMF 재정 모니터 캡처) 2025.5.26.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증가 추이.(사진 : IMF 재정 모니터 캡처) 2025.5.26. *재판매 및 DB 금지



아직 우리나라의 부채 규모가 선진국 중에서는 아주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미국(120.8%)을 비롯해 프랑스(113.1%), 영국(101.2%), 일본(236.7%), 스페인(101.8%), 이탈리아(135.3%), 독일(63.9%) 등 주요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부채 비율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빠르게 증가하는 부채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선진국 중 가장 엄격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의 경우 부채 비율이 20년 전인 2004년(64.96%)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스페인의 경우 2010년대 급증하는 부채로 '유럽의 문제아'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채 비율을 2020년 119.2%에서 20%포인트(p)나 낮췄다.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 재정 적자와 정부 차입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해 6.4%였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2035년에는 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16년 1.3%, 2017년 1.0%, 2018년 0.5%, 2019년 -2.7%로 3% 이내를 유지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격히 상승했다. 2020년 5.4%를 기록한 뒤 2021년 4.1%, 2022년 5.0%, 2023년 3.6%, 2024년 4.1%로 5년 연속 3%를 넘고 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61조3000억원을 기록해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비금융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는 1673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4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했다. 일반정부의 부채는 1217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GDP 대비 처음 50%를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비금융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는 1673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4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했다. 일반정부의 부채는 1217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GDP 대비 처음 50%를 넘어섰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부채 규모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어서 당장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통화 발행을 통해 부채를 상황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 아닌데다, 고령화와 성장률 하락으로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 높은 경각심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많은 선진국에서도 GDP 대비 정부 부채 100%를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으로 여기는데, 우리나라는 향후 20~30년 내에 이 수치를 넘긴 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이 2040년 80%, 2050년 100%를 넘어서고 2072년에는 17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D2 기준으로는 더 이른 시점에 100%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높은 국가부채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이라며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정 악화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대선을 앞두고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는 공약도 속출하고 있어 정치권에 경고를 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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