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민지 될 것" 반발까지…이란 정권, 미국 합의안 놓고 내부 균열
제재 완화 기대에도 이스라엘 변수 여전…합의 실효성 곧 시험대
![[테헤란=AP/뉴시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26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오늘 28일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은 대선 후보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로, 대선 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4.06.27.](https://img1.newsis.com/2024/06/27/NISI20240627_0001217613_web.jpg?rnd=20240627130822)
[테헤란=AP/뉴시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26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오늘 28일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은 대선 후보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로, 대선 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4.06.27.
영국 BBC는 17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안을 국내에 설득해야 하는 복잡한 내부 정치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최근 큰 피해를 남긴 전쟁을 겪었고, 경제난도 심각하다. 이란 체제 지지층 일부는 수개월 동안 워싱턴과의 타협 자체를 비판해왔고, 정권 안팎에는 현 위기를 체제 교체의 기회로 보는 이란인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고위 관리들은 합의안을 ‘굴복’이 아닌 ‘승리’로 규정하고 있다.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란이 “최종 승리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면 이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리바프 의장이 온건파가 아니라 보수·강경 진영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공개 지지는 이슬람혁명수비대 등 권력 핵심부에서도 합의 추진을 뒷받침하는 기류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도 승리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두 나라가 이란을 항복시키지 못했고,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했으며, 군사행동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끝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자국이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고, 레바논 문제가 합의 틀에 포함됐으며, 제재 완화 논의도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식 설명은 곧바로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인 한 강경파 의원은 합의안 초안이 이란을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 문서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협상팀이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 통행에 다시 개방하지 말라는 최고지도자의 지침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비판은 체제 밖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감시해야 할 제도권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란 의회와 친정부 매체, 친정부 집회에서는 수개월 동안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반복돼왔다. 이들은 전쟁 직전까지 외교가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으로 시간을 벌며 군사행동을 준비했다고 보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 1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서 길을 가던 이란 여성들이 카메라를 향해 브이(V)를 그리고 있다. 2026.05.13.](https://img1.newsis.com/2026/05/13/NISI20260513_0001248136_web.jpg?rnd=20260513104544)
[테헤란=AP/뉴시스] 1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서 길을 가던 이란 여성들이 카메라를 향해 브이(V)를 그리고 있다. 2026.05.13.
그 판단의 배경에는 경제난이 자리하고 있다. 전쟁과 제재, 해운 제한, 원유시장 접근 축소, 외화 부족, 고물가는 이란 사회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이 미국 납세자의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약속을 이행하고 제재가 완화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쓸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 정부가 합의를 미국 의존이 아니라 투자와 재건의 통로로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위험은 여전히 크다. 양해각서의 세부 내용은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고, 협상은 19일 스위스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이란의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 허용될 농축 수준, 검증 방식,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문제가 모두 본협상에서 논의돼야 한다.
BBC는 이스라엘 변수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를 부인하며, 필요한 기간 동안 레바논에 계속 주둔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작전을 계속하면 합의 자체가 곧바로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바논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숨졌다며 이스라엘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합의 직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 이용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일부는 합의 뒤에도 “신뢰가 없다”고 했고, 반체제 성향의 한 이란인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체제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비참함과 물가 상승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이란이 힘으로 제재 완화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이는 “몇 달간 숨 돌릴 시간과 평온이 필요했다”며 환영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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