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사랑이란 감정에 한 번쯤 의문을 품었으면 해요" [문화人터뷰]
5년 만 소설집 '다른 사랑' 펴내…4번째 소설집
현재에서 과거, 나에서 타인으로…최은미의 '문학적 이동'
사랑에 대한 질문…"사회적 조건서 발생하는 사랑에 집중"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5/NISI20260615_0021321446_web.jpg?rnd=20260615154723)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작품이 가족 서사에 출발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거리로 나온 느낌이에요. 타인이나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죠.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이동한 느낌이에요."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 이후 5년 만에 새 소설집 '다른 사랑'(문학동네)을 펴낸 소설가 최은미는 이번 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집에는 지난해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춘영'을 비롯해 '정선', '고별' 등 7편이 실렸다. 작품들은 정선과 탄광촌, 발굴 현장, 재난의 장소, 장례식장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사랑과 기억, 타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최은미는 "여태까지 써온 작품 중 가장 많은 이동을 한 느낌"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의도적이라기보다 여러 경험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변화 같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이동'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다. 자신에게서 타인에게로, 현재에서 과거로, 개인의 감정에서 사회적 관계로 시선을 확장하는 일에 가깝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흔히 사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사랑을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시 들여다본다.
"(소설집이) 제목처럼 사랑을 전면적으로 선언하기보다 각자 품고 있던 사랑이란 개념에 의문을 품어봤으면 해요. 스스로가 생각했던 사랑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해요."
최은미는 사랑을 개인의 감정에만 머무르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 차원의 사랑보다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관계나 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사랑에 중심을 뒀습니다. 사랑이 사적인 감정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회적인 조건 등 여러 역학관계가 얽혀있잖아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5/NISI20260615_0021321448_web.jpg?rnd=20260615154717)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코로나19를 겪으며 생긴 거리감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으로 한순간 사람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 경험은 타인과의 연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최은미는 "자신에 대한 탐구의 영역을 넓혔다면 타인과의 연결에 대한 고민의 비중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단편 '정선'은 강원 정선을 다시 찾은 화자가 어린 시절의 상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태풍으로 집이 사라지고 과거의 공간마저 변한 고향은 애증의 장소가 된다. 반면 여행객들이 같은 장소를 즐겁게 소비하는 모습은 화자의 기억과 대비된다.
최은미는 "'정선'은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한 마음을 결국 버리지 못하고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끝내 잊지 못하는 기억이나 감각도 사랑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지난해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춘영'도 실렸다. 작품은 탄광촌을 배경으로 과거 국가 폭력의 흔적과 그 기억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연구원인 '나'는 사건의 관련자인 김춘영을 1년간 만나며 그의 삶을 기록하려 한다. 그러나 단순한 연구를 넘어 타인의 고통과 기억을 어떻게 이해하고 기록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최은미는 "당사자가 아닌 타인의 고통과 사건을 어떤 언어와 방식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사건 자체보다 그곳에 얽힌 시간과 기억을 떠올리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5/NISI20260615_0021321450_web.jpg?rnd=20260615154726)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가장 즐겁게 쓴 작품으로는 소설집의 마지막 수록작 '고별'을 꼽았다.
작품은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다시 바라보게 된 여성 '엄태영'의 이야기다. 장례식장에서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태영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는 허준기가 곤경에 빠지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어떤 이유로 곤경을 맞닥뜨려야 한다면 나는 그가 한 발만이 아니라 두 발 다 빠지길 원했다. 그는 좀 쉴 필요가 있었다." ('고별' 중)
최은미는 "태영이 스스로 삶을 재설계하려는 모습이 통쾌하다"며 "마지막에 인물들을 향해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5/NISI20260615_0021321451_web.jpg?rnd=20260615154711)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은미 작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다른 사랑'을 출간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장소는 최은미 소설의 중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는 "장소 자체가 작품의 플롯이 된다"며 "돌이켜보면 장소의 성격이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작 역시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성장한 화자의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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