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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연간 근무일은 265일? 289.5일?…추계위 쟁점 예고

등록 2025.03.11 16:01:00수정 2025.03.11 19: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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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중시 풍토…289일 지속 가능 의문"

"265일 의료현장 반영 못해…289일 현실적"

"근무일 10일 늘어나면 의사 수요 7% 감소"

AI 등도 생산성 영향…향후 추계위 쟁점될듯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의 연계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3.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의 연계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향후 의사 수가 과잉될 것이냐, 모자랄 것이냐'를 두고 의료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사 수를 추계할 때 공통적으로 고려되는 변수 중 하나인 '의사의 연간 근무일수'가 연구팀에 따라 20여 일 차이가 나 향후 신설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11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공개한 서울대 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 등 3개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각각 의사 수 추계 변수인 의사의 연간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했다. 반면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289.5일로 설정했다.

의사의 연간 근무일수는 의사 1인당 연간 진료량을 결정하는 요소여서 적정한 의사 수 산출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의사 1인당 연간 진료량은 의사의 연간 근무일수에 하루 진료량(생산성)을 곱한 값이다. 의사의 근무일수가 많아지면 의사의 연간 진료량이 늘어나게 되고,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연간 265일 근무일 기준 부족한 의사 수는 2025년 4973명, 2030년 9063명, 2040년 2만1345명으로 증가하다가 2050년 2만8664명으로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의대 정원을 2026년부터 매년 1500명 늘리면 2050년 부족한 의사 수는 5612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기존 의대 정원과 의료 시스템을 유지한 상태에서 연간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했을 때 2035년 기준 의사가 1375명 초과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50년에는 의사 수가 1만6241명 부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연구팀이 의사의 연간 근무 일수를 265일로 설정한 것은 진료 가능 일수를 법정 공휴일, 일요일, 토요일 등을 제외한 약 265일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이 참여한 보건의료인력 추계연구 보고서에도 연간 근무 일수가 265일로 설정돼 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젊은 의사들이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의사들의 근무일수인 289일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의 연간 근무일수를 289.5일로 설정했고 의대 증원 없이 2031년 2724명, 2035년 3161명 의사가 각각 과잉 공급된다고 내다봤다. 또 현재 국민의 의료 이용 행태와 의사 근무일수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따라 5년간 증원되면 2035년 1만1000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2025.03.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2025.03.10. [email protected]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020년 전국의사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89.5일이 가장 현실적인 수치”라면서 "선행 연구에서 설정된 근무일수 265일은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전국의사실태조사는 의사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규모는 전체 활동 의사의 10% 수준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었다. 의사 직역별 구성은 개원의 21%, 봉직의 34.9%, 교수 14%, 전공의·전임의 16.8%, 공보의·군의관 8.7%다. 해당 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지만 2023년의 경우 코로나 유행이 변수(진료량)로 작용할 수 있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의사의 근무 일수에 따라 의사 인력 수요가 달라지는 만큼 의사 수 추계 과정에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유나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 연구원은 "근무 일수가 265일에서 275일로 1년에 10일만 증가해도 필요한 의사 수는 약 7%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등 의료 기술의 발달도 의료 서비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의사 수 추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팀별로 의료 기술의 발달을 변수로 고려했을 때 '의사 수가 과잉될 것이냐, 부족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서울의대 연구팀인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사 연간 근무일수 265일과 AI 등의 도입에 따른 의료환경의 개선 비율(0.5%)을 가정하면 2037년까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추계됐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견해가 달랐다. 임유나 연구원은 “2019년 의료 이용량이 유지되고 AI 도입으로 의사 인력의 생산성이 5~10% 향상된다고 가정해도 증원이 없다면 의사 부족은 지속된다"고 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연구팀 교수는 "노동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가 크게 달라진다"면서 "의사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을 알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노동 시간과 생산성 증가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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