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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하던 발판 올라 작업 중 추락…대법 "현장소장, 과실치사"

등록 2026.03.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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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구조물 거푸집 해체 지시 받은 외국인 근로자

해체 중단된 다른 거푸집에 달린 발판에서 추락사

2심 "옥상 내부서 작업하라 지시…사망 원인 아냐"

대법, 유죄 판단…"'발판 사용' 미필적으로 인식해"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세종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해체 중이던 거푸집 일체형 발판에 올라 작업을 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대법원이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현장소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 법원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6.03.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세종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해체 중이던 거푸집 일체형 발판에 올라 작업을 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대법원이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현장소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 법원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6.03.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세종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해체 중이던 거푸집 일체형 발판에 올라 작업을 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대법원이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현장소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발판에 올라가라'는 식으로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접근을 막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과실과 안전관리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장소장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2020년 6월 세종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B(26)씨가 건물 옥상에서 발판에 올라 거푸집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30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당일 옥상의 난간 구조물인 '파라펫' 설치를 위한 거푸집을 해체하라는 지시를 받고 작업발판 역할을 겸하는 다른 일체형 거푸집 위에 올라갔다.

그런데 이 거푸집은 사고 당시 해체 작업을 하다 중단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2주 넘게 2~8단 고정 나사가 풀려 있었고 크레인 등 인양 장비에 매달려 있지 않아 낙하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

B씨는 자신이 딛고 있던 발판이 달린 거푸집이 떨어지며 추락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현장소장 A씨는 B씨에게 작업을 지시해 과실로 근로자를 숨지게 했고,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6.03.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6.03.20 [email protected]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오전 작업 개시 전 A씨는 근로자들에게 '거푸집을 해체하되 안전하게 옥상 내부에서 작업하라'고 지시했다"며 "피해자는 A씨의 지시와 달리 옥상 외부로 나가 발판이 달린 거푸집 위에 올랐다가 추락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은 A씨의 잘못된 작업방법 내지 안전의무 위반이 아니다"라고 봤다.

B씨 사망과 관련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보고, 다른 안전조치 위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만 인정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옥상 내부에서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작업계획서상의 기록이 없었고, 설령 그런 지시를 했었다 가정해도 관련 법규에서 의무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고의 원인이 된 발판 일체형 거푸집은 원래 해체가 진행되다 중단된 상태였던 만큼, 다른 거푸집 해체를 맡은 B씨 등의 출입을 막아야 했는데 A씨가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외국인인 피해자가 한국어에 서툴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 거푸집 해체팀이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된 발판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더 이상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추락한 거푸집에 달린 발판을 사용해 작업하라는 개별적·구체적인 지시가 없었어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는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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