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서도 '내 탓'이라 믿었다"…학대를 '훈육'으로 배운 아이들[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⑫]
"부모 재혼 후 살얼음판…옷걸이·골프채로 맞아"
"화장실서 샤워기로 때려…나쁜 아이라 벌받아"
"성인이 된 후 우울증 치료…노력해도 안 바뀌어"
전문가 "잘못해서 맞는 거 아니야…도움받아야"
![[그래픽=뉴시스] 영유아 사망 다수 '가정 내부'.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7/NISI20260507_0002129374_web.jpg?rnd=20260507111514)
[그래픽=뉴시스] 영유아 사망 다수 '가정 내부'.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이지영 기자 = <3부:아동학대 트라우마 지옥>
부모님의 재혼 이후 예진(가명·12)양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이 재혼하고 나서 집안은 늘 살얼음판 같았어요. 엄마가 술을 마시거나 제 성적이 떨어진 날이면 어김없이 철제 옷걸이나 골프채가 날아왔죠. 너무 아파 숨이 막혔지만, 그게 학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내가 엄마를 화나게 했으니까. 공부를 못해서 맞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몸의 멍을 발견한 학교 교사의 신고로 외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기도 했지만, 예진양은 결국 스스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매 맞는 고통보다, 하나뿐인 엄마와 떨어지는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집에서 다짐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를 화나게 하지 않겠다고요. 그러면 다시는 맞지 않아도 될 거라 믿었어요."
"집이 살얼음판"…폭력 속에서도 '훈육'이라 믿었다
지훈(가명·7)군에게 집은 거대한 감옥이었다.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물을 뒤집어쓰는 등 반복적인 학대를 겪었다.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렸을 때. 부모님이 저를 화장실로 데려갔어요. 찬물을 퍼붓고 샤워기로 때리셨어요. 불 꺼진 캄캄한 화장실에서 무릎을 꿇게 하고 손을 들게 하셨어요. 저는 제가 나쁜 아이라 벌받는 줄로만 알고 숨죽여 울었어요."
지갑을 잃어버린 날은 더 끔찍했다. 부모는 부엌칼을 들고 와 "이 손이 문제다"라며 칼등으로 손등을 내리쳤다. 날카로운 상처가 남았지만, 지훈군은 자신이 또 실수해서 부모를 화나게 했다고 믿었다.
"부모님과 떨어지는 건 맞는 것보다 더 무서웠어요. 내일은 또 무엇을 잘못해 맞게 될지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어요."
폭력만이 학대가 아니었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방임 역시 아이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도현(가명·15)군은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지내며 1년을 버텨야 했다. 가난과 돌봄의 부담을 홀로 떠안은 채였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어요. 중학교 때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시면서 제 삶은 무너졌어요. 학교에 가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먹거나 잠자는 것조차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저를 아껴주시던 할아버지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거였어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아버지와 누나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학교 교사의 도움으로 겨우 퇴학을 면한 채 하루하루를 홀로 버텨냈다. 도현군은 성인이 된 지금도 우울증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할아버지가 아프기 전 주셨던 사랑이었어요. 그건 제가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서울=뉴시스]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출처: 유토이미지) 2026.01.23.](https://img1.newsis.com/2026/01/23/NISI20260123_0002047000_web.jpg?rnd=20260123094439)
[서울=뉴시스]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출처: 유토이미지) 2026.01.23.
가해자 다수는 부모…"폭력의 책임은 어른"
양육 관계가 아닌 타인에 의한 학대는 5.5%(1335건)에 그쳤다. 부모의 동거인, 교사 등 양육자에 의한 학대는 7.0%(1720건), 친인척은 2.7%(661건)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이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방수영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대 피해 아동들은 '내가 잘못해서 맞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나면 늦지 않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나 학대 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스스로 깨닫기 어려운 문제"라며 "폭력의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는 것을 유아기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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