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한국당 '계파 본색' 다시 먹구름(종합)
'비박' 황영철, 예결위원장 경선 반발…'친박' 김재원 선출
'자리싸움' 벌이면서 계파 갈등 우려 "계파 본색 드러났다"
“공천 앞두고 유승민 원내대표 내쫓을 때 전조 우려돼"
"나 원내대표 리더십 인정 못해" 친박계 눈치보기 지적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2019.07.05. [email protected]
당 일각에서는 의원들 사이에서 '정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해 잡음이 흘러나온 만큼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당은 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경선 출마를 철회한 황영철 의원(3선·비박계) 대신 김재원 의원을 별도 투표 없이 예결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황 의원은 "이번 사례는 향후 한국당이 원내 경선을 통한 상임위 선출 등 여러 합의 조율 사안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대단히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의총에서 자당 몫 7개 상임위원장 자리 중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를 제외한 5개 상임위원장직의 임기 2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맡기로 하는 원 구성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은 안상수 의원과 임기를 나눠 교대로 맡기로 한 합의에 따라 3선 중진 황영철 의원이 맡고 있었지만, 예결위원장 임기가 지난 5월 말로 끝나면서 김재원 의원이 당내 경선을 요구, 투표 실시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황 의원이 이날 의총에서 경선 거부 입장을 표명하고 중도 퇴장함으로써 김재원 의원이 투표 없이 차기 예결위원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2019.07.05. [email protected]
황 의원은 "형 선고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고 형이 어떻게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 의원을 밀어내기 위해 가장 추악하고 안 좋은 사안으로 왜곡시켜 자신들의 출마와 지지동기를 밝혔다"며 "같은 당 동료에게 할, 동료애가 있는 의원에게 할 수 없는 매우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의원은 당선 소감으로 "여러 가지로 마음이 무겁다"며 "예결위원장으로서 당의 정책, 의원들의 의정활동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고 여야 협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예결위원장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은 봉합되는 모양새다. 원내 지도부의 경선 방침에 강력 반발해 한때 탈당설이 돌던 황 의원은 그럴 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황 의원은 "저를 밀어내는 현 원내 지도부를 생각하면 더 이상 이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저희 당에는 저를 밀어내려는 사람뿐 아니라 가슴 아프게 공감해준 의원들도 있다. 그런 의원들과 떨어질 수 없다. 저를 사랑해준 의원들과 헤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탈당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건강하고 합리적 보수로 자리잡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원내에서, 당 내에서 더 크게 싸울 각오를 가지고 있다"며 "더 당당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합리적 보수의 당이 되도록 저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결위원장 선거는 친박계 김 의원과 비박계 황 의원이 출마하면서 '계파 대리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천문학적인 예산을 주무르는 자리인 만큼 계파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친분이나 지역색이 좀 더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과 김재원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2019.07.05. [email protected]
최근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도 비박계 이원복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친박계가 반발하면서 결국 박맹우 의원이 낙점됐다. 이를 두고 원내사령탑에 오를 수 있도록 표를 몰아준 친박계의 영향력을 의식해 나 원내대표가 제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당 내 지지기반이 아직 공고하지 않아 위축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정국 당시 탈당했던 황 의원은 "복당해서 보수대통합을 위해 '강성진박'이라 불리는 의원들과 친교를 넓히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할 생각도 하고 공감도 나눠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리싸움이 시작되니 서로의 본색이 드러나고, 잘못된 계파의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하게 돼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성토했다.
그는 "아마도 지난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같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우려가 든다"며 "그걸 막아내기 위해 많이 싸워야할 것 같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황 의원은 "지난 1년 전 원내에서 합의된 것들을 왜곡해서 지금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모습이 가장 분노스럽다"며 "올바른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심각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 2019.07.05. [email protected]
이에 나 원내대표는 "원칙이 있는 공당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작은 잡음은 있지만 큰 원칙이 있다.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갖춰가는 부분이다"라고 맞받았다.
황 의원의 행보를 두고 당 내에서 우호적인 기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박계 내에서도 황 의원의 '자리 욕심'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선 전 먼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였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재원 의원은 당헌당규상 기소가 된 후 자동으로 당원권이 정지됐기 때문에 작년에 예결위원장 선출 논의에 참여가 불가능했다"며 "이후에 당 규정이 바뀌면서 다른 의원들은 기소된 후에도 당원권이 정지되지 않아서 김 의원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고 동정했다.
한국당은 국회 교통위원장 자리를 놓고 복당파 출신인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끼리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며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자칫하면 당 내홍이 다시 극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토위원장 선출 시기나 방식 등에 대한 논의도 당 지도부에서 제대로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박 의원이 물러나지 않고 위원장직 유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순자 의원이 지도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버티기로 나온다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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