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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온 병원"…대구 남구 '방문의료돌봄' 동행취재[현장]

등록 2026.05.19 11: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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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1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방문 의료 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6.05.19.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1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방문 의료 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6.05.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어르신, 대구 남구청에서 진료 봐 드리려 왔어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5월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18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 안으로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남구청 기초돌봄과 돌봄서비스팀이 들어섰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든 홀몸·와상 어르신들을 위해 '병원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현장이다.

이곳은 대구 기초지자체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공공과 민간 인력이 협력해 가동 중인 '남구형 방문의료돌봄센터'의 동행 취재 현장이다.

좌측 마비, 누워 지내는 아내…"직접 찾아와 주니 정말 고맙다"

이날 진료에는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양손 가득 이동식 물리치료기와 안마기, 침 등 진료 장비를 가득 들고 동행했다.

현관 초인종을 누르자 가정을 돌보던 요양보호사가 이들을 맞이했다. 환자가 뒤늦은 식사를 마무리하는 동안, 돌봄팀은 거실에 모여 당일 환자의 컨디션에 맞춘 진료 계획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베테랑들의 면모를 보였다.

대상자인 박갑연(72·여)씨는 좌측 어깨부터 발끝까지 마비가 진행돼 스스로는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 환자였다. 김 원장이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픈 곳 좀 봐 드릴게요"라며 다정하게 손을 잡자 환자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박 씨가 누운 상태로 통증이 심한 우측 다리와 복부 등을 짚어 보이며 설명하자, 김 원장은 꼼꼼한 문진 끝에 침 치료를 시작하고 마비된 왼쪽 손에 물리치료기를 적용하는 등 약 40분간 정성 어린 처치를 이어갔다.

곁을 지키던 남편 김상철(75)씨는 아내의 투병 생활이 벌써 10여 년째라고 전했다. 10년 전 척추신경염증으로 치료를 받은 후 재활을 통해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었으나, 6년 전인 2020년 겨울 갑작스러운 뇌출혈이 덮치면서 상태가 점점 악화됐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대구의 한 대형 사찰 관리자로 근무하는 김 씨는 생업으로 인해 24시간 아내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처지다.

김 씨는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려면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데, 왕복 비용만 15만원이 들어 자주 가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라며 "공공기관과 한의원 원장님이 직접 집까지 찾아와 세심하게 치료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니 정말 고맙다"고 사연을 털어놓았다.

다만 "더 다양한 치료를 해주고 싶어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방문 진료 항목들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적인 예산·제도적 보완의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의료진이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함께 출동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주거 환경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추가로 연계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김 씨와 현장에서 즉석 상담했다.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1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방문 의료 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6.05.19.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1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방문 의료 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6.05.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의료와 복지 칸막이 허문 '원스톱 통합 서비스'

기존 재택의료 서비스가 의사 1인의 단발성 방문 진료나 장기요양 재가급여자로 한정돼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반면, 남구형 방문의료돌봄센터는 문턱을 대폭 낮추고 체계를 완전히 혁신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다학제 의료돌봄팀'의 운영에 있다.

남구청 기초돌봄과 돌봄서비스팀의 전담 간호직 공무원 1명과 사회복지직 공무원 1명으로 구성된 '공공 인력', 그리고 지역 내 지정 의료기관의 의사·한의사 등 '민간 인력'이 하나의 팀을 이뤄 움직인다.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에 그치지 않고, 간호 처치와 복지 자원 연계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다.

진료를 마친 대구자연한의원 김현정 원장은 지자체 방문의료돌봄 사업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한의원에서 와상 환자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심심치 않게 들었고, 남구청에서 처음 추진하는 선도적인 사업인 만큼 의료인의 힘을 보태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의료 기회를 주기 위해선 결국 의사가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라며 "거동이 힘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통증 완화와 정서적 위안을 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1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방문 의료 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6.05.19.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18일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구자연한의원의 김현정 원장이 방문 의료 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6.05.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장 인력 피로도·중복 규제 장벽…"남구 특화사업으로 돌봄망 넓힐 것"

복지 모델의 선두 주자로 달리고 있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남구 통합돌봄 관계자는 실무적인 어려움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구청 관계자는 "첫 번째는 일선 동 담당자들이 고유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담 인력 없이 어르신의 욕구 분석, 자원 매핑 등 돌봄 계획 수립까지 동시에 도맡다 보니 현장 담당자들의 피로도가 높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두 번째는 어르신의 삶을 중심으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해도 일부 서비스의 유료화로 인해 어르신이 이용을 거부하시는 경우가 있다"라며 "어르신의 욕구는 확실하지만 현장자원이 부족하거나, 추가적인 서비스가 더 필요함에도 중복서비스 제한에 걸려 이용하지 못할 때 어르신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마주하는 것이 실무자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돌봄 전담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 제도권 안에서 서비스 연결이 쉽지 않은 방문 진료나 재활 운동 같은 필수 서비스들을 남구만의 핵심 특화사업으로 과감하게 추진해 통합돌봄 서비스 공급망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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