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 앞두고 쓰러진 아내…6명에 '새 삶'
장기·인체조직 기증…10여 년 전 기증희망등록
![[서울=뉴시스] 기증자 김옥희(왼쪽)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5/21/NISI20260521_0002141399_web.jpg?rnd=20260521100226)
[서울=뉴시스] 기증자 김옥희(왼쪽)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김옥희(68)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9일 직장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김씨는 가족의 동의로 신장(양측), 폐, 간장, 안구(양측)를 6명에게 기증했으며, 뼈와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조직기증은 환자 100여 명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씨의 남편 박천식 씨는 의료진에게 먼저 장기·조직기증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씨는 "그냥 허무하게 아내를 보낼 수 없었고, 생전에 아내와 할 수 있으면 장기기증을 하고 가자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0여 년 전 기증희망등록을 해 둔 상태였다.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난 김씨는 서울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다 40대 중반 남편을 만나 15년 전 귀향했다. 꽃을 좋아해 집 앞 마당에 꽃을 심고 키우는 것을 즐겼고, 요리에도 재능이 많아 음식 관련 일을 주로 했다.
최근까지는 노인복지회관에서 조리사로 일하며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겼다. 남편 박씨는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았고,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과도 두루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남편과 쌓은 추억은 많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해에도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아내는 복지회관 어르신들의 식사 걱정에 끝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며 여행 한 번 제대로 같이 가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지난 14일은 두 사람의 결혼 20주년이었다. 박씨는 20년 전 결혼 앨범을 다시 펼쳐 들고 "그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뒤늦게 표했다.
박씨는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통해 "다니엘라(세례명), 사는 동안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어. 고생 많이 하게 해서 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해.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사는 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못했는데, 사랑해"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 한 분 한 분의 결정 뒤에는 이처럼 깊은 사랑과 사연이 담겨 있다"며 "김옥희 씨와 가족의 숭고한 결단이 생명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듯, 이 이야기가 더 많은 분께 나눔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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