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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故이예람 특검 종료...군내 성폭력 근절 계기돼야

등록 2022.09.14 14: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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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故이예람 특검 종료...군내 성폭력 근절 계기돼야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특별검사팀이 100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이 2차 가해 및 직무유기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인원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장교 5명과 군무원 1명, 장모 중사, '전익수 녹취록 위조' 혐의를 받는 변호사까지 총 8명이다.

지난 13일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공군의 초기 수사에 이어 국방부 재수사까지 부실했다는 의혹에 따라 출범한 특검의 추가 진상규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현장의 기자들이 주력해 질문을 던진 부분 중 하나는 '윗선'의 수사 무마 의혹이었다. '지휘 라인에 있던 전 실장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가해자 불구속 수사 등 초동 수사가 미흡했던 부분은 대부분 군검사(만)의 직무유기 때문인 것인지' 등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유족과 인권단체 등이 강하게 의심했으나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특검의 답은 요약하면 '상부에서 시작된 조직적인 수사 무마는 없었다'는 것이다. 불구속 수사 지휘 의혹을 받았던 전 실장의 경우 장 중사의 구속을 검토한 뒤 관련 지시를 했던 정황(메시지)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특검은 국방부 군검사가 맡은 본인 관련 수사에 위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전 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군 지휘부의 지시가 없었다고 해서 이 중사를 상대로 한 2차 가해 및 부실 수사 사건을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직속 상급자인 대대장은 가해자와의 분리를 미루고, 다른 상관은 '없던 일'로 하자며 회유를 했다. 무력감에 빠진 채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으나 이전 부대 중대장이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며 퍼뜨린 악성 소문 탓에 2차 피해를 입기도 했다. 여기에 성추행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휴가 등을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을 미뤘다. 이는 수사로 밝혀진, 당시 벌어졌던 일들 중 일부일뿐이다.

종합하면 이 중사 사건에서 한두 명이 아닌 다수의 군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 편에 섰다. 그 결과로 이 중사가 조직 내에서 기댈 틈을 찾지 못한 것인데, 사실상 군의 조직적 범죄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이 중사는 성고충 상담관에게 쓴 글에서 "제가 인생 헛살아서 가해자나 챙기나 싶었다"며 자책했고, 이후 공개된 유서에선 "모두가 절 죽였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 역시 브리핑 현장에서 사건 발생 이후 이 중사가 주위로부터 받은 압력과 그로부터 느낀 좌절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설명했다. 안미영 특검은 이날 발언 중 "상부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군대 내에서 이런 일은 다신 있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중사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며 공분을 산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군 내 성폭력은 여전하고 미흡한 사후 조치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초 이 중사가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15비행단에서 성폭력이 발생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군 당국은 이번 특검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책임을 통감하고 이 중사 사건 이후 내놓은 재발방지책에 구멍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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