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게이로 산다는 것은…" CNN 조명
【서울=뉴시스】장남수 인턴기자 = 28일 오후 2015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마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2015.06.28. [email protected]
CNN방송은 이날 '한국에서 게이로 산다는 것은?'(What is it like to be gay in South Korea?)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인 동성연인과 미국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미키 김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 씨는 2년 전 연인 토니 루스 씨와 캘리포니아에서 사람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김 씨의 친인척들은 루스 씨를 김 씨의 비즈니스 동업자로만 알고 있다.
김 씨는 "(미국에서는) 내가 모르는 이들이 우리 결혼을 축하했지만 한국에서는 누구도 내가 결혼했는지 모른다.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며 "(동성애 사실을) 감추기 위해 '1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과거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도 이런 거짓말로 동성애 사실을 꽁꽁 감췄다. 대부분 40~50대인 상사들은 '게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한 데다 자칫 잘못하다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국에서는 동성애가 '낯선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은 동성애를 마치 '해외(foreign)' 현상처럼 여기는데 이런 경향은 나이 든 세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한국에도 김조광수 감독처럼 유명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들이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게이 문화는 보편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인의 57%는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게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라며 "최악은 가족, 직장, 이웃, 사회,나라 같은 소속 집단으로부터 거부당하고 고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스젠더 상담가로 일하는 에디 박 씨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학교나 공동체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해 자신들이 질병에 감염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학교에서 LGBT 이슈가 보다 공개적으로 교육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다른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가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때때로 자살하고 싶거나 매우 우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것이 한국 사회의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이 하는 것이면 뭐든지 한다. 한국도 이런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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