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천대받던 작은 복숭아, AI가 골라 전국 이마트로…농가·소비자 '활짝'
등록 2026.07.09 11:49:27
90~120g 천도복숭아 별도 규격으로 상품화
버려지던 소과, AI 선별 거쳐 농가·유통 '상생'
고물가 시대에 바뀌는 과일 유통 판매 공식
이마트, 5K 프라이스 천도복숭아 1팩 4980원
![[영천=뉴시스] 이상덕 금호농협 복숭아 공선출하회장이 복숭아 나무 앞에서 웃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1767_web.jpg?rnd=20260709075054)
[영천=뉴시스] 이상덕 금호농협 복숭아 공선출하회장이 복숭아 나무 앞에서 웃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영천=뉴시스]동효정 기자 =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한 천도복숭아 농장. 여름 햇살을 머금은 붉은 천도복숭아가 가지마다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8일 만난 이상덕 금호농협 복숭아 공선출하회장은 "하루 이틀만 더 기다리면 가장 맛있을 때 딸 수 있다"며 복숭아를 손으로 살며시 감싸 쥐었다. 올해는 냉해 피해가 적어 열매가 유난히 많이 달렸지만 그만큼 크기가 작은 '소과(小果)'도 늘었다.
유난히 더 빨리 찾아온 올 여름.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평균 기온은 18.6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폭염도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더위가 앞당겨지면서 제철 과일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실제 이마트의 지난 5월 복숭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했고, 6월 들어서도 복숭아 판매는 19.7% 늘었다.
올해는 작황도 좋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복숭아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5.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집계에서도 6월 가락시장 복숭아 반입량은 전년보다 16% 늘었다.
하지만 풍년에도 농가의 고민은 있었다. 복숭아가 많이 열릴수록 열매 크기는 작아진다. 특히 올해는 냉해 피해가 적어 착과량이 늘면서 90~120g 안팎의 소과 생산도 함께 증가했다.
올해로 50년째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는 이상덕 회장은 손바닥 위에 작은 천도복숭아를 올려 보이며 "맛은 큰 복숭아와 똑같은데 크기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값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100g이 채 되지 않는 복숭아는 공판장 출하 대신 소매상에 헐값으로 넘기거나 자체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1년 내내 농사 지은 과일인데 버릴 때마다 아까웠죠. 맛은 똑같은데 크기 하나 때문에 상품이 안 된다는 게 가장 속상했습니다."
![[영천=뉴시스] 이상덕 회장이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1777_web.jpg?rnd=20260709075743)
[영천=뉴시스] 이상덕 회장이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마트가 90~120g 크기의 천도복숭아를 '5K 프라이스 천도복숭아'로 별도 기획하면서 그동안 판로를 찾지 못했던 소과가 정식 상품으로 판매될 기회를 얻었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거의 버리다시피 했던 복숭아인데 이제는 상품성을 인정받으니 농가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공동선별 기준으로 출하 가능한 물량이 통상 20%, 많게는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다고 맛없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복숭아 농사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줄 만큼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올해 살짝 가물면서 고온이 이어져 복숭아 당도가 잘 올라왔다. 수확 시기에 비만 많이 오지 않으면 올해 복숭아는 최고로 맛있다"며 "소비자가 우리 과일을 먹고 탈 없이 맛있게 드실 때까지 책임진다는 각오로 농사를 짓고 토양검사, 수질검사, 농약잔류검사까지 꼼꼼히 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드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영천=뉴시스] 금호농협 산지유통센터 AI 선별기에서 복숭아가 분류되는 모습.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1909_web.gif?rnd=20260709091428)
[영천=뉴시스] 금호농협 산지유통센터 AI 선별기에서 복숭아가 분류되는 모습.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농장을 떠난 복숭아는 곧바로 금호농협 산지유통센터로 향했다.
수확 상자를 실은 지게차가 입고장에 들어서자 바로 계량을 시작했다. 입고 중량을 측정한 복숭아는 곧바로 AI 선별라인으로 이동하거나 저온창고로 보내진다.
레일 위를 천천히 구르며 회전하는 복숭아 들어오자 AI선별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AI 선별기는 2대가 설치돼 있었고, 선별기 한 대당 18개의 렌즈가 복숭아를 빈틈없이 촬영했다. 총 36개의 렌즈가 복숭아 한 개를 여러 각도에서 1초에 약 500차례 촬영한 뒤, 이 가운데 약 300장의 이미지를 분석해 품질을 판별했다.
AI가 살펴보는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다. 색상과 외형, 중량은 물론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핵할'까지 찾아낸다. 핵할은 복숭아 씨가 갈라지는 생리장해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과육이 손상되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복숭아 선별에서 가장 까다로워 놓치기 쉬운 요소다.
선별을 마친 복숭아는 크기별로 자동 분류돼 각각의 상자로 옮겨졌다.
![[서울=뉴시스] 포장 작업대에 운반돼 선별 중인 복숭아.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1916_web.jpg?rnd=20260709091641)
[서울=뉴시스] 포장 작업대에 운반돼 선별 중인 복숭아.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포장 작업대에서는 작업자들이 복숭아를 하나씩 다시 살펴봤다. 모양과 선도 등 최종 상태를 확인한 뒤 전자 저울에 올려 한 팩당 기준 중량인 800g이 되도록 담아냈다. 자동화 공정으로 크기를 분류하고 마지막은 사람의 손으로 상품성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다.
이영욱 금호농협 강남지점 과장대리는 "예전에는 기초 선별에만 9명이 필요했지만 AI를 도입한 뒤로는 2명만으로도 가능해졌다"며 "작업 효율은 높아지고 선별 기준도 한층 균일해졌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기후변화로 해마다 생산량과 과실 크기 편차가 커지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상품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소과도 새로운 기준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농가 소득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금호농협 산지유통센터의 AI 선별기 판독 결과를 관계자가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1986_web.jpg?rnd=20260709093804)
[서울=뉴시스] 금호농협 산지유통센터의 AI 선별기 판독 결과를 관계자가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마트 바이어들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했다.
그동안 과일은 크고 모양이 좋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로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기후변화로 산지에서는 맛은 그대로지만 크기가 작은 과일이 늘어나면서 기존 기준만으로는 소비자와 농가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마트는 맛에는 차이가 없지만 크기가 작은 90~120g 천도복숭아를 별도 규격으로 기획했다. 소비자에게는 부담 없는 가격의 제철 과일을 제공하고, 농가에는 그동안 판로를 찾지 못했던 물량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영천=뉴시스] 이마트 5K프라이스 라벨이 부착된 복숭아.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2187_web.jpg?rnd=20260709110340)
[영천=뉴시스] 이마트 5K프라이스 라벨이 부착된 복숭아. (사진=동효정 기자) 2026.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교진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는 "과일도 이제는 무조건 크고 비싼 상품만 찾는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다양하게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원경 이마트 국산과일 카테고리 바이어 역시 "소과는 맛은 동일하지만 크기 때문에 상품 기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기획은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철 복숭아를 맛보고, 농가는 버려지는 물량을 줄여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이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까지 영천 농장에서 수확을 기다리던 작은 복숭아들은 AI 선별과 포장 과정을 거쳐 전국 이마트 매장으로 향한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이 복숭아들을 '5K 프라이스 천도복숭아'로 4980원에 선보인다. '큰 과일' 중심이던 유통 기준에 작은 변화를 준 이번 시도가 농가와 소비자를 잇는 새로운 상품 기획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이마트 용산점에 진열된 '5K 프라이스 천도복숭아'. (사진=이마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9/NISI20260709_0002182186_web.jpg?rnd=20260709110228)
[서울=뉴시스] 이마트 용산점에 진열된 '5K 프라이스 천도복숭아'. (사진=이마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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