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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정상회담 미완의 2題…동해출해권·‘시베리아의 힘 2’

등록 2026.05.21 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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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숙원, 동해출해권 관련 내용 공동성명 담겨

러 필요, ‘시베리아의 힘 2’ 러측만 “기본적인 합의”

미래·과거 양국 장기 전략적 이해관계 완전 타결 안돼

[베이징=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명한 협정 문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6.05.21.

[베이징=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명한 협정 문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6.05.21.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중러는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47쪽에 달하는 공동성명에도 서명했다.

양국 정상의 온갖 수사와 많은 분량의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협력과 경쟁을 이어갈 중국과 러시아의 과거와 미래를 가늠할 핵심적인 전략적 이해관계는 아직 미완(未完)의 과제로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中의 동방진출 의지 담긴 동해출해권

 
양국의 공동 성명에는 이른바 중국의 숙원인 동해출해권(東海出海權)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동해출해권’이란 중국이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으로 막혀 바다로 나가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바다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성명은 이를 “양측은 1991년 5월 16일자 ‘중소국경 동부 구간에 관한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합 간 협정’ 제9조에 따라 두만강 해상 접근권 문제에 대해 북한과 3자 협의를 계속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표현했다.

중국의 동해출해는 러시아 연해주의 자루비노항, 북한 나진항 등을 이용한 이른바 차항출해(借港出海)가 있지만 두만강을 이용해 지린성 훈춘 등에서 선박이 바다로 진출하는 것도 있다.

중국은 1860년 2차 아편전쟁 이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베이징 조약을 통해 청나라가 연해주를 러시아에 넘겨주면서 동해로의 출구가 막혔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은 두만강 하류 약 15km를 국경으로 공유하면서 중국의 동북 지방은 바닷길이 막힌 이른바 맹지(盲地)가 됐다.
 
중국이 동해로 접근하게 되면 태평양 진출은 물론 동북 지방과 경제가 발달한 남부 연안과는 육로보다 빠른 물류 동맥을 구축할 수 있다.

중국은 연해주 영토를 회복할 수는 없어도 동해출해를 통해 역사적인 상처를 회복하려고 하고 있다.

2024년 5월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동해출해와 관련해 “건설적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 것에서 한 발 나아갔다.

두만강 이용을 위해서는 북한의 협력도 필수적이어서 ‘북한과 3자 협의 계속’이라고 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접하고,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동해출해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이 협의를 계속할 것을 보여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공동 성명에서 “2004년 10월 14일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간에 헤이샤쯔 인근 수역(타라바로프섬 및 볼쇼이-우수리스크섬 지역)에서 중국 및 러시아 선박의 항해에 관한 의정서의 정신에 따라 양자 해역 항해 협정 초안 협상이 가속화되었다”는 구절도 넓게 보면 중국의 동진(東進)과 무관치 않다. 

성명이 “양측은 헤이허-블라고베셴스크 고속도로 다리와 같은 국경간 유료도로 교량 건설에 협력을 심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극동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자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아무르강을 건너는 길이 1080m의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간 교량이 착공후 2019년 완공되기까지 3년이나 걸린 데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압도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 고속도로 다리까지 건설될 상황이다.

中의 메아리없는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

 
중국의 동해출해와 관련한 내용이 공동성명에도 적시된 반면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가장 관심을 끌었던 ‘빅 프로젝트’인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은 러시아측 인사의 말과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와 중국이 노선 및 건설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고 일부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두 정상이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노선 및 건설 세부 사항을 포함한 주요 항목에 합의했다고 보도하면서도 가격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AFP 통신은 가스관 협상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국내 생산과 러시아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망을 보유해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이 막히면서 대체 판로가 시급한 상황이다.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은 연간 500억㎥ 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가는 ‘노르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의 설계 용량인 연간 550억㎥와 비슷하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더 노박 부총리는 양국이 거의 20년 동안 협상해 온 해당 프로젝트의 계약 체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시베리아의 힘 1’ 구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스관은 2019년 12일 9일 개통됐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코빅타 가스전과 야쿠티아 공화국 치안다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블라고베셴스크까지 보내는 것이다.

‘시베리아의 힘 2’는 블라고베셴스크까지 온 가스를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보내는 것이다.

중국은 일단 가스관이 건설돼 공급되기 시작하면 러시아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노선과 가격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출해가 과거 역사의 바로잡기에 가깝다면 가스관 건설은 에너지 공급을 중심으로 한 양국간 전략적 이해 및 관계 설정과 관련되어 있다.

두 항목이 중러간 장기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이자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사안이기도 했다.

주로는 장기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러시아의 위상이 약화된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항목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면서도 여전히 완전 타결되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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