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무빙 때는 유튜브로 봤는데"…'오겜2' 몰아보기 사라진 이유
드라마 장면 짜깁기한 몰아보기 콘텐츠 급감
콘텐츠 홍보 위해 묵인해 왔으나 가입 유인 효과 적다고 판단
![[서울=뉴시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4.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2/09/NISI20241209_0001723746_web.jpg?rnd=20241209114918)
[서울=뉴시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4.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1 애청자였던 한모(31)씨가 최근 시즌 2를 시청하기 위해 PC를 켰다. 그런데 그가 찾은 곳은 넷플릭스가 아닌 유튜브. 평소에 드라마 볼 시간이 없어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한씨는 구독료가 아깝다 생각해 '더 글로리', '카지노', '무빙'을 시청했을 때처럼 유튜브에 게재된 1시간짜리 요약본 영상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드라마 장면을 짜깁기한 요약본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 인공지능(AI)으로 추정되는 내레이션만 가득한, 재미없는 요약본 영상만 있을 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가운데 유튜브에서도 드라마 '몰아보기(패스트 무비, 드라마 또는 영화를 압축해 요약·편집한 영상)' 콘텐츠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과거 '더 글로리', '무빙' 등이 공개됐을 때와는 딴판이다. 드라마 장면을 포함한 편집 영상 대신 유튜버의 내레이션을 주로 구성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저작권 침해 문제, 콘텐츠 소비 트렌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수백만회 조회수 창출한 1~2시간짜리 하이라이트 "이젠 유튜브에서 안보여요"
![[서울=뉴시스] 18일 뉴시스가 유튜브 검색창에 '오징어 게임 몰아보기' 등을 검색해도 관련 패스트 무비 콘텐츠를 찾을 수 없었다. 한 유튜버가 '30분 순삭(순간 삭제)'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영상은 '오징어 게임' 시즌2 내용을 요약했으나 드라마 영상을 한 컷도 쓰지 않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7/NISI20250117_0001752886_web.jpg?rnd=20250117161638)
[서울=뉴시스] 18일 뉴시스가 유튜브 검색창에 '오징어 게임 몰아보기' 등을 검색해도 관련 패스트 무비 콘텐츠를 찾을 수 없었다. 한 유튜버가 '30분 순삭(순간 삭제)'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영상은 '오징어 게임' 시즌2 내용을 요약했으나 드라마 영상을 한 컷도 쓰지 않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8일 기자가 유튜브 검색창에 '오징어 게임 몰아보기' 등을 검색해도 관련 패스트 무비 콘텐츠를 찾을 수 없었다. 한 유튜버가 '30분 순삭(순간 삭제)'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영상은 '오징어 게임' 시즌2 내용을 요약했으나 드라마 영상을 한 컷도 쓰지 않았다.
조회 수도 많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7일에 게재된 이 영상 조회 수는 20여일이 지난 지금 25만여회에 불과했다. 과거 '더 글로리' 몰아보기, '카지노' 몰아보기 영상 조회 수가 수백만회였던 걸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패스트 무비는 짧은 시간에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일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구독료를 내지 않고도 드라마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청년 세대, 직장인에게 매력적인 콘텐츠였다.
'더 글로리'를 패스트 무비로 접했다는 직장인 김유진(29)씨는 "당시 OTT를 꼭 구독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친구들과 '더 글로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약 13시간에 달하는 영상을 모두 보는 데 부담이 있었다. 패스트 무비는 내게 맞춤형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2023년 2월에 게재된 '카지노' 시즌1 몰아보기 영상. 18일 기준 조회 수 429만여회에 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7/NISI20250117_0001752893_web.jpg?rnd=20250117161946)
[서울=뉴시스] 2023년 2월에 게재된 '카지노' 시즌1 몰아보기 영상. 18일 기준 조회 수 429만여회에 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제작한 패스트 무비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콘텐츠다. 복제권, 전송권, 공중송신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한다. 넷플릭스도 저작권법에 위반하는 유튜브 영상이 있을 경우 구글 측에 삭제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저작권 삭제 요청을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신고된 동영상을 게시 중단하며 해당 채널에 저작권 위반 경고를 부여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OTT 사업자들은 패스트 무비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튜버와 협의해 콘텐츠 일부 장면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2023년 '더 글로리' 몰아보기가 성행했을 당시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우려도 있지만 리뷰 콘텐츠를 통해 홍보하는 게 실보다 득이 더 크다. 일단 몰아보기 영상을 보고 OTT에 가입해 정주행하는 시청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장면 짜깁기한 '몰아보기' 확 준 이유…"OTT 가입 유인 효과 떨어져"
실제로 사업자들이 묵인했던 패스트 무비를 최근 들어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지상파 방송사가 패스트 무비를 제작한 유튜브 채널 6개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견제가 확대되자 패스트 무비 콘텐츠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광고 요금제가 OTT 구독 트렌드로 오른 점도 패스트 무비 영향력 감소 이유로 꼽힌다. 패스트 무비가 성행했던 이유 중 하나가 1만원 이상에 달하는 OTT 구독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5000원대 수준의 요금제가 패스트 무비 흥행의 변수로 작용했다.
넷플릭스, 티빙이 광고 요금제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가 많아야 한다. 가입자 수가 많을수록 광고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트 무비 콘텐츠는 OTT 콘텐츠 소비자의 유입을 막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사이트 또는 유튜브에 드라마·영화를 요약한 영상이 많아질수록 유인 효과보다는 이탈자가 더 많아지는 점을 경험을 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콘텐츠 홍보를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했다면 이제는 원칙대로 저작권 침해에 적극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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