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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의 질서, 종묘의 생동…예악으로 읽는 조선의 통치 [객석에서]

등록 2026.06.15 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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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종묘·사직-왕의 제단, 백성의 땅'

일자일음의 '사직 아악' vs 화려한 '종묘 향악'

민심을 예악 통치 근본으로 삼은 조선 왕실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종묘제례악'을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종묘제례악'을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드오!"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집사악사의 외침에 이어 축(祝)이 세 차례 울리자 피리와 대금, 거문고와 가야금 등 향악기가 일제히 소리를 냈다. 붉은 관복을 입은 무용수 64명은 가로세로 8명씩 정연하게 늘어서 일무(佾舞)를 선보였다. 앞줄은 목검을, 뒷줄은 목창을 들고 무무(武舞)를 추며 조상들의 공덕을 기렸다.

 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종묘·사직 - 왕의 제단, 백성의 땅'은 조선의 국가 제례 음악인 종묘제례악과 사직제례악을 한 무대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종묘는 왕실 조상을 모신 사당이고, 사직은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단이다. 이날 공연은 두 제례 공간에서 연주된 음악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직제례악이 중국 주나라의 예법을 바탕으로 한 정통 아악(雅樂)이라면, 종묘제례악은 우리 고유의 음악인 향악(鄕樂)을 토대로 발전했다.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세종은 "살아서는 향악을 듣는데 죽은 뒤에 아악을 연주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문제의식 아래 향악을 바탕으로 한 보태평과 정대업을 만들었다. 이후 세조가 이를 종묘 제례의 공식 음악으로 채택하면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이날 해설을 맡은 김영운 전 국립국악원장은 공연에 앞서 두 제례악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했다.

 두 음악의 차이는 선율과 악기 편성에서도 드러났다.

 사직제례악은 가사 한 글자에 한 음을 붙이는 일자일음(一字一音) 방식으로 장식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종묘제례악은 음의 길이와 꾸밈음에 변화를 주며 보다 풍성한 선율을 만든다.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종묘제례악'을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종묘제례악'을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무용도 차이를 보였다. 사직의 일무가 방패와 도끼를 들고 고대 제례의 형식을 유지한다면, 종묘의 일무는 목검과 목창을 사용한다.

 악기 구성 역시 다르다. 사직제례악에는 편종과 편경 등 아악기가 중심을 이루는 반면, 종묘제례악에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당피리 등 다양한 향악기가 함께 사용된다.

 특히 종묘제례악의 '정대업'은 역대 왕들의 무공을 기리는 음악으로, 태평소와 타악기 등이 더해져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사직제례악'을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서울=뉴시스]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 사직' 공연이 개최됐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사직제례악'을 리허설하는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6.06.15.

종묘제례악의 노랫말은 왕들의 업적과 왕실의 정통성을 기리는 내용이 중심이다. 64명의 일무와 제례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는 조선 왕실의 의례가 지닌 형식과 질서를 보여줬다.

 공연의 마지막은 흰 호랑이 모양의 악기 '어(敔)'를 연주하며 마무리됐다. 시작과 끝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방식에서도 조선이 중시한 예악 질서를 엿볼 수 있었다.

김 전 원장은 "국가 최고 의전 음악을 백성들이 즐기던 향악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예악 사상에서 말하는 하늘의 뜻은 곧 백성의 마음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600년 전 만들어진 종묘제례악은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는 의전 음악이면서도 백성의 음악인 향악을 품고 있다. 엄격한 예법과 생동하는 선율이 공존하는 이 음악이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이유 역시 그 역설에 있는지 모른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사직'을 마친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원들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6.15. dazzling@newsis.com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왕의 제단 백성의 땅, 종묘·사직'을 마친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원들이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6.1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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