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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룰 앞세운 주주제안 '감사선임' 남양유업 주총서 관철

등록 2023.03.31 12:56:06수정 2023.04.01 0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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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82만원 매수·2만원 배당·5분의 1 액면분할 부결 처리

심혜섭 신임 감사 선임으로 홍원식·한앤컴 견제 장치 마련

[서울=뉴시스]31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59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주총 진행은 이상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사진=남양유업 제공)

[서울=뉴시스]31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59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주총 진행은 이상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사진=남양유업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31일 예정된 남양유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안한 4가지 안건 중 3가지 안건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08%를 넘지 못해 표대결에서 부결됐다.

차파트너스가 요구한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 감사 선임은 2020년 개정된 상법 적용으로 통과됐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안된 것이 감사선임을 요구한 주주제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홍원식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이 9년 동안 감사를 맡아왔는데 이번 감사 변경으로 인해 홍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 처음 들어갔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인 주총은 차파트너스측과 홍원식 회장 측의 위임장 확인 작업이 길어지며 당초 시작 시간보다 50여분 늦게 시작됐다. 주총에 참여한 소액주주들은 약 30여명에 달했다.

남양유업은 현재 사내이사 3명이지만 이광범 대표이사가 유고 상황이고 2명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총 진행은 이상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
[서울=뉴시스]31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59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주총 진행은 이상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사진=남양유업 제공)

[서울=뉴시스]31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59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주총 진행은 이상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사진=남양유업 제공)



의장은 개회 선언과 출석 주식수 보고, 총회 성립을 선언한 이후 인사말을 통해 "지난 2022년 한해는 실적부진으로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어느때 보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회사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궤도에 진입하고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다시한번 힘차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오늘 주총은 주주를 모시고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회사의 성장과 재도약을 위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주총이 원만히 진행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주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최인사가 끝난뒤 감사위원의 감사보고 및 영업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가 보고가 마무리된 이후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1호 의안부터 회사와 주주들의 제안이 부딪히면서 표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 1호 의안인 제 59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에서 회사측은 보통주1000원과 우선주 1050원을 배당해야 한다는 안건을 올렸으며 주주들은 보통주 2만원, 우선주 2만50원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1호 의안은 남양유업과 차파트너스의 표대결로 이어졌고 사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후 올라온 안건 처리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 주주들은 5분의 1 액면 분할을 요구했지만 부결됐다.

3호 의안으로 올라온 주주제안인 일반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50%를 82만원에 사측이 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주식 취득의 건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서울=뉴시스]31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59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사진=남양유업 제공)

[서울=뉴시스]31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59기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사진=남양유업 제공)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회사측이 제안한 경영혁신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홍진석 사내이사가 재선임됐다. 새로운 감사 선임에 대한 처리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졌다.

남양유업은 현재 감사를 맡고 있는 심호근 상근감사의 연임의 건을 의안으로 상정했고 차파트너스는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를 새로운 감사로 추천했다.

양측의 표대결은 3%룰로 인해 당락이 결정됐다. 최대주주의 지분 뿐 만 아니라 그 특수관계인이 소유하는 주식까지 모두 합해 3%를 넘는 주식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자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통과했다.

찬성 12만표, 반대 4만표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은 소액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결됐다. 6호 의안인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참석주주들의 동의로 원안대로 승인됐다.

남양유업 주총은 오전 10시께 시작해 오전 11시40분을 넘겨 종료됐다.

주총장에서 나오던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임기 3년 동안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들여다보고 하나씩 밟아갈 예정"이라며 "회사로 부터 피해를 보고 있는 주주가치 훼손을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이 변경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경영진이 바뀌어도 이런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경영진이 100%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다. 절반은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서 감사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잘하면 문제가 없지만 잘못하면 견제하고 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감사에 선임된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는 "회사의 기본적인 문제가 홍원식 회장과 남양유업이 일체화된 부분"이라며 "이로인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는데 일반주주들이 감사로 선임한 것은 남양유업이 홍 회장을 포함해 모든 주주의 회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심혜섭 감사를 선임한 것은 홍원식 회장 일가의 행보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감사에게 경영 주요 사항을 결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선 대법원이 남양유업이 제출한 상고장 판단을 어떻게 내릴 지 여부에 따라 홍원식 회장 일가를 비롯해 한앤컴퍼니 등이 새로운 감사선임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 새로운 주인이 된 한앤컴퍼니가 감사 변경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효율화, 수익성 강화 등의 세부적인 전략을 추진할 때 감사에게 결제를 받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신속하고 유연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이 남양유업의 상고를 받아들여줄 경우, 홍원식 회장 일가는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 까지 회사를 경영해야 하는데 방만한 경영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주요 경영 추진 사항을 차파트너스 측근인 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가 바뀐다고 당장 회사 경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할 때 감사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 모두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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