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 폐지? 원영이 사건 잊었나"…고참검사의 한탄
현직 부장검사, 내부망에 수사지휘 필요성 언급
"인권 보호·적절한 형벌권 행사 위해 만든 제도"
'원영이 사건' 수사 범위 확대 지시해 시신 발견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수산나(50·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 게시판을 통해 "검찰의 수사지휘는 경찰이나 국민들을 번거롭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적법절차에 따른 인권보호와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위해 만든 제도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95조의 존속도 강조했다.
강 부장검사는 "그동안 검찰의 수사지휘가 마치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이유없이 지연시켜 국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주 원인이므로 검찰은 경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착잡했다"며 "검사생활 18년간 제가 일선에서 경험한 수사지휘는 부당하게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민원인을 불편하게 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률적용을 잘못한 사안을 법률검토로 수사방향을 알려주고, 증거가 부족한 상태로 청구한 영장은 발부를 위해 보완 지휘했으며, 초동수사 단계에서 검경합동 수사회의나 유기적인 수사지휘로 효율적인 수사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6년 3월 평택 '원영이 사건'을 제시했다.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되는 화장실에 6세 아이를 가둔 채 학대하고, 냄새가 난다며 발가벗겨 락스를 들이붓고 찬물을 뿌린 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실종신고 접수 후 친부와 계모를 구속하고 1200여명을 동원해 일대 야산과 항구를 수색했지만, 원영이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검찰은 검경합동 수사회의를 열고 경찰의 수사과정을 보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실종신고 무렵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피의자들 진술에만 의존해 2월말로 한정해 수사하고 있는 허점을 발견했다.
검찰은 2개월간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CCTV 분석 등 수사 범위 확대를 지시했고 신용카드 내역 중 2월 중순께 피의자 부친의 묘 부근 상점에서 결제한 것을 확인하고 그 부근을 수색해 3월11일 가매장된 원영이 사체를 발견했다.
당시 강 부장검사와 3명의 검사들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팀수사를 진행했다. 직접 사체 발굴 및 부검 현장, 현장검증 등을 지휘하면서 아동보호기관을 상대로 한 조사와 아동학대 관련 국내외 판례 분석 등을 동시 진행해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 법리 구성에 집중했다.

【평택=뉴시스】이정선 기자 = 평택 실종 예비 초등생 故신원영군 암매장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된 지난 2016년 3월1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피의자 친부 신모씨(38)와 계모 김모씨(38)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6.03.14. (사진=경기지방경찰청 제공)[email protected]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당시 청주공항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를 한 20대 남성을 경찰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회부한 사건도 수사지휘를 통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도록 지휘했다. 동종범죄 전력이 있고 허위 신고로 대규모 병력을 출동시켜 공항업무에 지장을 준 점 등을 고려해 즉결심판이 부당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미군들의 필로폰 밀수 사건에서 검찰이 세관과 미 군수사대(CID), 미국 마약수사청(DEA), 경찰 등의 합동수사를 지휘해 미국 내 범죄조직과 연계된 국제 마약밀수 조직원들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에 대한 인터폴 수배를 한 사례도 있다.
강 부장검사는 "검찰의 1차 수사가 불가하다면 기관간 협업 및 국제공조가 필요한 사건 수사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분에 공안, 강력, 마약 수사 등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마약수사 역량과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는 인권보호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소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에 관여하지 않는 경찰이 검사 지휘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해 시일이 한참 지난 후에야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것과 초동수사 단계부터 검경의 긴밀한 협력하에 증거수집을 하는 것은 결과물이 같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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