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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그란란드 장악 시도, 유럽-中 밀착 역효과 내나?

등록 2026.01.08 09:45:35수정 2026.01.08 1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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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유럽, 미 신제국주의 팽창 논리 함께 반대”

中, 북극 활동 강화 “과학 연구, 북극 자체 이해” 주장

美 “中 북극권 행보, 군사적 목적 은폐에 이용되는 경우 많아”

[피투픽=AP/뉴시스] 지난해 3월28일(현지시각) JD 밴스 미 부통령이 방문한 그린란드의 피투픽 미군 우주기지.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체결하고 2004년 개정한 방위협약에 따라 그린란드 주둔 미군을 원하는 만큼 확대할 수 있다. 2026.101.08.

[피투픽=AP/뉴시스] 지난해 3월28일(현지시각) JD 밴스 미 부통령이 방문한 그린란드의 피투픽 미군 우주기지.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체결하고 2004년 개정한 방위협약에 따라 그린란드 주둔 미군을 원하는 만큼 확대할 수 있다. 2026.101.08.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장악하려고 시도하면서 내세우는 주요 명분은 북극해로 이어지는 주변 해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통한 안보 위협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세로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네델란드 등 유럽과 중국이 ‘대 트럼프 전선’을 형성하며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3일 ‘확고한 결의’ 작전을 통해 전격적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그란란드에 대한 매입 등 장악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러시아와 중국 선박들이 도처에 있다.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그린란드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위협’을 핑계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중국과 유럽, 미 신제국주의 팽창 논리 함께 반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은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라고 밝히고 유엔 헌장의 원칙, 특히 주권, 영토 보전 및 국경 불가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린란드가 중국 투자로 뒤덮여 있다는 이미지나 그린란드 해안을 따라 중국 군함이 드나든다는 이미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동사범대학 국제관계학과 장신 부교수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대서양 동맹의 안정성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보도했다.

그는 “중국과 유럽이 그린란드와 관련해 ‘미국식 신제국주의’의 팽창 논리에 반대하고 다자간 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등 공통의 이익을 찾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일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조용한 헤지 전략’을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극에 대해 고착된 냉전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반면 중국은 북극 실크로드를 북극 지역의 믿을 만한 개발 프로젝트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자오룽은 중국이 이 지역에서 주로 집중하는 분야는 과학 연구이며 북극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북극 지역 거버넌스 플랫폼인 북극 이사회의 옵저버 국가인 중국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스웨덴, 아이슬란드에 북극 연구 시설 세 곳을 세웠다. 

자오 연구원은 “설령 그린란드를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통제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북극에서의 과학 연구는 공공재이며, 중국의 참여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中 ICBM 막는 길목 등 전략적 중요성

트럼프가 “그린란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강하게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으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막는 길목이자 북극 지역에서 펼쳐질 경쟁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북극해와 북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미사일 공격과 잠수함 작전에 대한 중요한 방어를 위해 냉전 이래 미국과 나토(NATO) 동맹국들에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해 해상 운송로까지 열려 지정학적 중요성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최단 거리라는 경제적 가치도 높아졌다.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전략적 중요성과 함께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희토류 등 광물도 보유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섬 북부 피투픽에 미 우주군 기지가 있다. 이 기지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탐지, 추적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사거리 5500km 이상인 ICBM은 미국 본토로 향하는 경우 북극 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중국이 모두 핵무기 능력을 확장하고 현대화함에 따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에서 그란란드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이 2024년 9월 44년 만에 처음으로 태평양으로의 ICBM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근처 태평양에 떨어진 DF-31AG ICBM은 최대 사거리가 1만 3200km로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

북극은 중국 ICBM이 미국 본토를 표적으로 삼을 때 최단 경로이며 그린란드 영공은 미국 동부 해안을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 경로다.

중국은 2018년 ‘북극 백서’를 발행해 중국이 ‘북극에 가까운 국가’로 규정하고 점차 북극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키워가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중국의 상선·과학 연구 “은폐된 군사활동” 의혹도

화동사범대 장신 교수는 “그린란드와 더 넓은 북극 지역에 대한 미국의 행동은 중국의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경제 협력 및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심각하고 의도적인 전략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하는 팽창주의적 입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북극대학교 정치학과 마크 란테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영향력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은 그린란드에서 거의 영향력이 없으며 중국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많은 잠재적 광산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보류되었고, 그린란드 주변에는 중국 해군이 주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 합병을 계속 추진한다면, 이는 북극 지역에서 제로섬 사고방식을 확산시켜 중국이 북극 전략 개발에 있어 보다 독자적인 길을 택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29일 보도에서 중국의 연구용 잠수함들이 지난해 여름 북극 빙하 아래 수천m 깊이까지 처음으로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미국 안보 당국자들은 중국의 해저 탐사 활동 증가는 북극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라고 보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군함과 연구선들이 알래스카 북극 해역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활동했다고 보고했다.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군 사령관은 “중국이 북극권 전역에서 점점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선박들이 연구를 명목으로 군사적 목적을 은폐하는 데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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