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AI 시대, 가장 느린 회화…이상엽 '고요와 수행' 개인전

등록 2026.06.11 15:51:0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두루아트스페이스, 11~23일 개최

이상엽, TEXTING(260210-1),93x93x5cm, Fluid acrylic on canvas,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이상엽, TEXTING(260210-1),93x93x5cm, Fluid acrylic on canvas,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문장을 생성하는 시대, 화가는 왜 여전히 붓을 들고 천천히 화면을 채울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두루아트스페이스는 11일부터 이상엽 개인전 '고요와 수행(Stillness and Practic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술과 AI 이미지가 빠르게 생산·소비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의 손과 몸을 통해 축적되는 회화적 행위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상엽의 회화는 빠른 해석이나 즉각적인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작가는 가장 느린 속도로 화면을 구축하며 관람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그 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머릿속 분석과 해석이 작동하기 전, 감각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을 회화로 붙잡는 작업이다.

전시는 '에크리튀르(Écriture)'와 '텍스팅(Texting)'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두 연작을 모두 무채색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무채색은 색의 부재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를 드러내는 장치다.

Ecriture Series *재판매 및 DB 금지

Ecriture Series *재판매 및 DB 금지



에크리튀르 시리즈는 문자와 사유의 구조를 탐구한다. 작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노트북 화면 크기인 33×24cm 캔버스를 바탕으로 붓질을 반복하며 화면을 구축한다. 이후 아크릴 판을 레이저 커팅해 만든 단어를 부착한다. 스크린 안에서 무게 없이 떠다니던 언어는 실제 그림자를 드리우며 공간을 점유하는 조형물로 전환된다.

'Love', 'Life', 'Money', 'Time', 'Power', 'Future' 같은 단어들은 의미 전달을 넘어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가치와 욕망의 구조를 환기한다. 관람객은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동하며 각자의 경험 속에서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게 된다.

텍스팅 시리즈는 전송되지 못한 말과 지워진 감정의 흔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광목천 위에 문자를 찍고 떼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고, 물감에 실제 모래를 섞어 화면을 구축한다. 모래는 클릭 한 번으로 생성되고 삭제되는 디지털 이미지와 대비되는 물질로, 손의 노동과 시간의 축적을 화면 위에 남긴다.

두루아트스페이스 김정숙 대표는 "AI가 이미지를 만들고 텍스트를 생성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손과 몸이 남기는 흔적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고요와 수행'은 언어 이전의 감각과 말해지지 못한 감정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23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