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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空)기업 KT CEO 리스크 풀려면

등록 2023.03.17 11:57:35수정 2023.03.18 14: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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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CEO리스크…'미래 KT' 발목

이사회 구조·CEO선임절차 개선만으론 쉽지 않아…소유구조 개편이 관건

[기자수첩] 공(空)기업 KT CEO 리스크 풀려면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 또다시 홍역을 치루고 있다.

KT 이사회가 당초 내부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아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셀프 연임'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경선을 두 차례나 치렀다. KT 이사회가 윤경림 사장을 차기 CEO 후보로 내정했지만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다. 여권이 콕 찍어 '그들만의 카르텔'이라고 지목했던 인사를 낙점한 탓일까. 구 대표와 윤 사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법조발 보도가 이어졌고, 주주총회를 앞두고 KT가 사외이사·계열사 사장으로 낙점된 인사들이 줄줄이 고사했다. 끝내 여권의 뜻을 거스른 KT가 '본보기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돈다. 이대로라면 대표이사 선임안이 주주총회에서 제대로 의결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하고, 주총 관문을 넘어선다 해도 험로가 예상된다.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일수록 객관적·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차기 CEO를 뽑아야 한다"는 국민연금의 지적은 일리 있다. 최대주주로서 당연히 할 말이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정치권의 딴지가 이어지면서 그 말이 CEO 선임 절차나 기준을 투명히 하라는 소리로 곧이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KT CEO들의 수난사가 반복돼왔다.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전 대표는 정권 교체기에 예외 없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모두 다 연임에 나섰지만 임기를 완주한 이는 황 전 대표밖에 없다. 남중수, 이석채 대표는 검찰 수사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의반 타의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야말로 CEO 잔혹사다.

민영화 21년이나 지났지만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KT의 굴레다. 주인이 없다 보니 여야를 떠나 KT CEO 자리는 으레 집권당의 전리품으로 여긴다. 구조적 악순환이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같은 CEO 리스크가 KT의 미래를 붙잡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 전임자가 추진해오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은 폐기처분 된다. 기술과 인프라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3년 뒤를 내다본 청사진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주식회사 KT'의 현주소다.

그간 외부에서 CEO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빌미, 즉 KT 지배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CEO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의 견제 권한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황창규 전 대표가 임기 말 CEO 선임 절차로 ‘지배구조위원회→대표후보심사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CEO가 차기 대표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회사 정관을 바꾼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관 개정이 무용지물이었음을 이번 CEO 선임 과정에서 드러났다. 회사정관을 스스로 깨뜨린 측도 구 대표와 이사회다.

이사회는 어땠을까. 구 대표 체제 이사회에도 여지없이 당시 여권 출신 인사들이 합류했다. 그 지점을 현 정부가 KT를 견제 대상으로 보게 된 발단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중도 사퇴하는 이사까지 나왔다. 정권과 별다른 연이 없는 KT 내부 출신 CEO라는 약점을 이사회로 보완하려던 시도였지만 결국 제 발목을 잡았다.

KT는 최근 지배구조를 다시 바로잡겠다며 TF를 꾸렸지만 한편으론 현 집권여당 대선캠프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다 실패했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갖추기 쉽겠는가.

결국 이 문제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KT를 민영화한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인 없는 KT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맡고 있는 공적 통신 업무가 적지 않고 공공재적 성격이 짙은 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 사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적 지렛대 역할을 KT가 소유분산 기업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대는 시각도 있다.

전쟁이나 대형재난 시 국가지도통신망, 공중전화 등 보편적 서비스, 유선 핵심설비 등 공적 업무를 분리해 공영화 혹은 국영화하고 이동통신 등 경쟁사업 부문을 사기업에 매각하면 어떨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기간통신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합의와 제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21년 전 KT가 민영되던 시기와 지금의 통신시장 환경과 제도가 크게 달라졌다. 향후 미래 통신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KT 소유구조 개편 논의를 미뤄선 안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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