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애플, '제재 대상' 中 D램까지 테스트?…삼성·SK 압박카드 될까

등록 2026.07.09 10:32:07

중국 판매용 기기 겨냥해 기술 검증 진입…삼성·SK·마이크론에 '역공 카드'

美 국방부 블랙리스트 등재 업체… 트럼프 행정부 대상 "제재 유예" 전방위 로비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D램 칩 시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자, 애플이 중국 시장용 제품에 한해 중국산 메모리를 활용하는 '지역 분리형 공급망' 카드를 본격 검토하는 모양새다.

AI발 메모리 품귀에 中 D램 칩 테스트까지 나선 애플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중국에서 판매되는 기기에 탑재할 목적으로 CXMT의 D램 칩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직 실제 양산 채택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검증은 통상 신규 부품사를 공급망에 편입하기 전 진행하는 기술 적합성 평가 단계로 여겨진다.

이와 동시에 애플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CXMT 제품 사용과 관련한 규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로비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에 다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심화되는 메모리 수급난이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기기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줄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메모리·스토리지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 요인으로 언급한 바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애플의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부담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 등 주요 제품은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 강자들로부터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해왔지만, AI 수요가 서버용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빨아들이면서 기존 조달 공식만으로는 가격 협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이번 CXMT 테스트는 단순한 부품 검토를 넘어 애플의 공급망 협상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 팔리는 기기에 중국산 D램을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애플은 한국·미국 메모리 업체 물량을 북미·유럽 등 다른 지역 판매 제품에 우선 배정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CXMT를 '네 번째 D램 공급처' 후보로 확보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가격 협상에서도 새로운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CXMT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변수다. CXMT는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한 대표적 D램 업체로 꼽힌다. 단순한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사를 넘어 중국이 자체 AI 반도체·서버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핵심 메모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이 이런 업체를 공급망 후보로 검증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 조달 문제가 아니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민감한 지점과 맞닿아 있다.
[서울=뉴시스]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하는 저전력(Low Power) D램인 'LPDDR5'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CXMT 홈페이지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하는 저전력(Low Power) D램인 'LPDDR5'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CXMT 홈페이지 캡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군까지 엮인 CXMT에 美 규제 판단 관건…삼성·SK 협상 구도도 변수

규제 구조도 복잡하다. CXMT와 YMTC는 모두 미 국방부가 중국군 연계 우려 등을 이유로 지정하는 1260H 명단에 포함돼 있다. 

다만 CXMT는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상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외국 기업·기관·개인의 목록인 엔티티리스트(Entity List)에 오른 YMTC와는 제재 수위가 다르다. 엔티티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미국산 물품·소프트웨어·기술을 수출하거나 이전하려면 미국 기업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CXMT의 경우 현재로서는 민간기업의 일반 상업 구매 자체가 곧바로 금지되는 구조는 아니다.

애플이 미 행정부에 원하는 것도 결국 향후 CXMT가 YMTC처럼 더 강한 수출통제 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정책적 확실성에 가까운 것으로 읽힌다.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에도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YMTC 낸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다만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메모리 시장 환경이다. 과거에는 중국산 메모리 채택 자체가 안보·정치 논란의 성격이 컸다면, 지금은 AI발 메모리 품귀가 빅테크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번진 상황이다.

다만 애플이 실제로 CXMT D램을 대규모 채택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성능·전력 효율·수율·장기 신뢰성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견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메모리를 중국 시장용 제품에만 적용하더라도 워싱턴 내 대중 강경 기류와 충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테스트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작지 않은 신호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 AI 수요가 메모리 공급 질서를 흔드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업체 중 하나인 애플이 기존 3강 중심 조달 구조를 우회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CXMT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계속 확대될 경우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채택이 향후 글로벌 메모리 가격 협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애플은 중국산 메모리를 중국 판매용 기기에만 투입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물량을 다른 시장 제품에 돌릴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워싱턴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애플의 '중국 D램 활용'이라는 도전은 메모리 대란 속 빅테크 공급망 전략과 미중 반도체 규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