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낡은 논쟁 벗어나 국익 집중"…英, 브렉시트 5년 만에 장벽 대폭 완화

등록 2025.05.20 15:06:20수정 2025.05.20 16:08: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브렉시트로 국경 생겨나 '수출 21%감소'

재무장관 "15년간 168조원 경제적 효과"

의회 통과 전망…野 "집권해 재협상할 것"

[티라나*알바니아)=AP/뉴시스]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 16일(현지 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제6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영국은 19일 EU 선박들이 영국 해역 내에서 어업을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25.05.19.

[티라나*알바니아)=AP/뉴시스]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 16일(현지 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제6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영국은 19일 EU 선박들이 영국 해역 내에서 어업을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25.05.19.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시행 5년 만에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국경 규제를 대폭 없애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 성장이 오히려 둔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U와의 관계를 다시 강화해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낡은 논쟁과 정치적 싸움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상식적이고 실용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과 EU는 일부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 협정을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식품·철강 등 수출입 규제 대폭 완화…"15년간 168조원 기대"

핵심은 국경 규제 완화다. EU는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는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실질적 국경이 다시 생겼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대(對)EU 수출은 브렉시트 이후 21%, 수입은 7% 감소했다.

영국과 EU는 먼저 동물성·식물성 제품에 대한 일상적 국경 검사를 폐지하고, EU 규정에 따라 교역을 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영국은 버거, 해산물 등 신선식품을 다시 EU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영국산 소시지·다짐육 및 기타 냉장육 수출 금지 조치도 해제된다.

영국이 철강 수출 부문에서 EU 규정을 똑같이 적용받을 경우 연간 2500만 파운드(465억여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2040년까지 15년간 900억 파운드(167조8000억여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90억 파운드(16조7800억원)를 언급했으나, 대런 존스 재무장관이 15년간 기대 수익을 합산할 경우 900억 파운드라고 정정했다.

이밖에 인적 교류 부문에서도 영국 여권 소지자들이 EU 회원국을 방문할 때 전자식 자동 심사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AP는 "국경의 끔찍한 줄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18~30세 청년들이 영국과 EU를 오가며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비자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민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추가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또 학생과 교직원이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EU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에 영국이 다시 가입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 군 이동성, 우주보안, 사이버보안, 해상보안 등 다양한 안보 분야에서 EU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영국은 EU가 추진하는 1500억 유로(약 235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조달 계획 '대비태세 2030'에 참여할 길이 열렸다.

협상을 거쳐 대비태세 2030에 참여할 경우 EU 예산으로 지원되는 저리 대출을 활용해 군사장비를 구매하고, 이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런던=AP/뉴시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가 19일 런던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 3번째)과 회담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브렉시트 이후 첫 공식 정상회담으로 양측 간 긴밀한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2025.05.19.

[런던=AP/뉴시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가 19일 런던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 3번째)과 회담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브렉시트 이후 첫 공식 정상회담으로 양측 간 긴밀한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2025.05.19.


협정에는 '안보·방위 분야 대화의 틀을 제공한다'는 원론적 문구가 포함되는 데 그쳤으나, 영국이 EU와의 안보 협력을 복원하기 시작한 변곡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수석경제학자는 "영국이 군사와 방위 측면에서 유럽의 중심으로 다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무역 부문 거래는 훨씬 작은 것"이라고 했다.

NYT도 "러시아의 공격적 행보와 미국의 소극적 태도로 유럽이 방어 강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파트너십은 양국이 자원과 기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업협정 12년 연장' 양보에 野 "항복…재협상할 것" 맹공

한편 브렉시트 유지를 주창하는 야권에서는 이날 협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영국이 크게 양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어업 협정을 두고 격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2026년 만료되는 어업 협정을 12년 연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허가받은 EU 선박들은 2038년까지 영국 해역에서 조업을 할 수 있다.

스타머 총리는 당초 1년 연장을 계획했으나 프랑스의 압박에 이를 4년으로 연장했고, 19일 최종 체결 시점에는 식료품 수출입 간소화를 위해 12년 연장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수출 간소화 품목에 어패류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영국 어업이 오히려 이익을 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반발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서명했던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영국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있다"고 했고, 브렉시트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나이젤 패라지 영국개혁당(Reform UK) 대표는 "영국은 어업이 없는 섬나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1석을 점유하고 있어 이번 협정이 의회에서 부결될 확률은 없다. 보수당과 영국개혁당은 모두 차기 총선에서 집권하면 EU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데이비드 헤니그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연구원은 AP에 "대부분의 영국인은 이제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EU 규정을 일부라도 따르는 것 자체에 논란이 있겠지만, 영국처럼 무역의 50%를 EU와 하는 국가에게는 (완전한 단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EU 재가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재가입 여부는 영국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그것은 여러분의 결정이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