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자도 신고도 없다…개표소 사태로 드러난 '집시법 사각지대'
SNS 통해 자발적 참여…주최자 없는 대규모 운집
경찰 "안전관리는 가능하지만 적극 개입은 한계"
전문가들 "제도 보완 필요" vs "현행법 집행 우선"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6.06.16.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6/NISI20260616_0021323078_web.jpg?rnd=20260616155434)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 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6.06.16. [email protected]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현행 집시법은 주최자와 신고 절차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1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잠실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13일째 선관위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특정 단체의 주도 없이 온라인을 통해 집결해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집회를 주최하거나 신고한 주체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현장 안전관리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집시법을 근거로 적극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시법은 기본적으로 주최자와 신고 절차를 전제로 운영된다.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시위 주최자는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이 교통 관리와 질서 유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설 수 있고 주최 측 역시 질서 유지인을 배치하는 등의 책임을 부담한다. 집회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소음 기준 등도 법률에 따라 일정 부분 규율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자발적 다중운집은 주최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기존 법 체계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참가자들이 같은 목적을 공유하더라도 이를 누구의 책임 아래 진행되는 집회로 볼 것인지부터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은 형태는 개별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주체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집회·시위 관련 법을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15.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5/NISI20260615_0021320916_web.jpg?rnd=20260615113026)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15. [email protected]
문제는 경찰 대응 범위다. 현행법상 경찰은 안전사고 예방과 교통 관리 등을 위한 현장 조치는 가능하지만 집시법상 집회가 아닌 상황에서 해산 명령이나 참가자 통제와 같은 적극적 개입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장에서 출입 방해나 고성·확성기 사용, 시설 점거 논란 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집시법상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경찰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오히려 공권력 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집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 관리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특정 목적을 공유한 대규모 인파가 반복적으로 모이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행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식 서영대 경찰학부 교수는 "기존 집시법은 주최자가 있는 집회를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라며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이는 군중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보완이 곧바로 경찰 권한 확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인 만큼 신고 여부 만으로 집회 성격을 단정하거나 경찰 개입 범위를 넓히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발적 운집 참가자 가운데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려는 시민과 단순 참관객, 현장 방문객 등이 혼재돼 있어 일률적인 규제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정 세력의 조직적 집회와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의사 표현을 동일한 잣대로 규율할 경우 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법 개정보다는 현행 법률 집행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집시법 적용 여부와 별개로 업무방해나 강요, 모욕 등 개별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형법 등 기존 법률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시법 적용 여부와 별개로 업무방해 등 개별 위법 행위는 현행 형사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 논의와 함께 현행 법 집행의 실효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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