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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탈취 해결사" K-디스커버리 도입…무엇 달라지나

등록 2026.01.30 05:02:00수정 2026.01.30 06: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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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력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李 정부 논의 급물살

전문가 조사, 당사자 신문 등 "목소리 낼 수 있는 근거"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6.01.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6.01.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K-디스커버리)'가 신설되면서 기술탈취 피해기업도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30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피해 중소기업의 증거 확보를 돕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중점 법안이자, 지난해 9월 10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의 후속조치다.

기업의 특허권·영업비밀·기술·아이디어 등을 빼앗는 기술탈취는 중소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술 침해 건수는 299건, 피해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18억2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막상 소송으로 가면 피해 기업의 증거 확보가 어려워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손해배상소송 승소율은 32.9%, 인정 손해액은 17.5%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2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29. [email protected]


2010년대부터 기술탈취 근절 방안으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 논의가 꾸준히 있었으나 번번이 좌초되다가 현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8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약 한 달 뒤 개최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기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부(산업부) 등과 기술탈취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0월에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기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한국형 증거개시제도가 담긴 상생협력법 개정은 지난달 이 대통령이 기술탈취 과징금 문제를 언급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산업부·중기부·지식재산처 업무보고에서 "기술탈취로 1000억원을 벌었는데 과징금이 20억원이라면 나같으면 막 훔칠 것 같다"며 기술탈취 과징금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기술탈취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를 시정명령·벌점 등으로 확대하고 과징금 한도를 최대 50억원까지 상향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도 잇달아 출범했다.

이처럼 기술탈취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설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의 핵심은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당사자 신문 ▲법원의 자료보전 명령 등의 3대 패키지로 법원을 통한 피해기업의 증거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취득하거나 사용하는 유용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청인이 요청할 경우,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사실조사를 할 수 있다. 전문가는 상대방의 사무실, 공장을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료 열람도 가능하다. 조사 결과는 법원으로부터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주요 소송자료가 된다.

또 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녹음, 영상녹화 등으로 법정 밖에서도 당사자 신문을 할 수 있다. 신문 결과는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다.

소송 관련 중요 자료를 일부러 없애거나 훼손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법원은 위반 사실을 증명하거나 손해액을 정할 때 필요한 자료를 관리·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보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는 자료의 훼손·멸실 방지 의무가 생긴다.

이 외에도 법원이 중기부가 기존에 수행한 행정조사와 관련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자료제출명령권'이 마련됐다. 수·위탁 거래 체결 전에 발생한 기술자료 유용행위도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보호범위를 넓혔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2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29. [email protected]

이번 개정안을 두고 중기부는 정당한 손해배상 확률이 높아지는 등 침해 중소기업 피해 구제가 용이해지고 기술탈취 예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는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이 증거 접근권을 확보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땀과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으로 기술탈취 정책에 있어서 진일보를 이뤘다고 호평했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술탈취 소송에서 중소·벤처기업은 핵심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어 피해를 보고도 입증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었다"며 "이번 제도 신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일 중요했지만 그동안 시행되지 못했던 제도가 마련됨으로써 기술탈취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될 것"이라며 "기술 탈취 기업이 자기 온전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실장은 "한국형 증거개시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처벌 강화와 연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직은 기술탈취를 하고도 실제 받는 양형 수준이 약하기 때문에 기술탈취를 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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