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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혁명 이후 베네수엘라 빈부 격차 세계 최고 수준

등록 2023.03.22 11:29:20수정 2023.03.22 11: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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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와 외교적 고립 완화하면서

30만% 초인플레 200%로 줄었지만

유치원 교사 월급은 여전히 10달러

[카라카스=AP/뉴시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공립학교 교사들이 급여 인상과 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3.01.31.

[카라카스=AP/뉴시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공립학교 교사들이 급여 인상과 연금 지급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3.01.3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한때 부유했던 베네수엘라는 평등과 부르조아 해체를 내세우고 집권한 사회주의 정권에 의해 경제가 붕괴한 지 10년이 넘었다. 초인플레와 물자 부족, 주민 해외 탈출에 시달리던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달러 사용 금지를 해제하면서 경제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 반열에 올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요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프라다 지갑과 110인치 텔레비전, 페라리 자동차, 고공 크레인에 매달려 식사하는 고급 식당 등이 들어섰다. 두바이나, 도쿄가 아닌 사회주의 혁명을 했던 나라의 수도에 말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일부 다시 수입하면서 돈이 돌자 극심한 물자 부족이 거의 해소됐다. 기업 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지갑이 두둑해진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인플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성장이 전년 대비 15%에 달한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은 퇴락한 경제를 복구하기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7년 만에 처음으로 빈곤률도 줄었다. 지난 2021년 65%였던 빈곤층 비율이 50%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빈부 격차는 훨씬 커졌다. 최상층은 최하층보다 70배 이상 부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아프리카 국가들 수준이다.

달러를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부 관계자나 불법 사업을 하는 사람들 뿐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음식, 연료, 인간, 휘발유 불법 거래가 베네수엘라 경제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5월 기준 어린이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 상태며 2015년 이래 7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해외로 탈출했다. 여전히 하루 몇 달러 정도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공무원들조차 저임을 항의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 교사인 이렐리스 히메네스는 월급이 10 달러다. 수도 카라라스의 공중 식당 한끼 식사비는 140 달러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환자가 회복해 일어서고 걷고 뛰기 시작했다”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미국의 제재가 약해진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두로 정부가 야당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미 정부가 세브론사가 6개월 동안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입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세브론사에 진 빚을 갚도록 돼 있다.

미국은 여전히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생산하는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중국, 이란을 거치는 암시장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남미 국가들 가운데 좌파 정권이 집권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베네수엘라의 외교적 고립도 일부 완화되고 있다. 좌파정권이 들어선 콜럼비아와 브라질이 최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럼비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과 여러 차례 회동하고 베네수엘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34%로 전 세계에서 수단 다음으로 높았다. 2019년 30만%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생산이 늘어나고 물가가 오르고 석유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석유 생산량은 70만 배럴 수준으로 4배에 달했던 2013년과 2배였던 2018년과 비교할 순 없는 수준이지만 지난해보다 조금 증가한 것이다.

달러 사용 금지를 완화하면서 해외에서 송금 받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달러는 현지 화폐로 교환되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젤레(Zelle)와 같은 외국 앱을 사용해 계좌에서 달러가 직접 인출되는 방식으로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일부 회복되면서 부자들에게는 기회가 생기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극도의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전부터 2번 임기를 이어오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수십 개 나라들이 의회에서 선출한 후안 과이도 대통령을 적법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이도 대통령은 국내에선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했으며 의회가 지난해 12월 그를 해임했다.

여러 명의 야당 후보들이 오는 10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마두로 대통령 정부가 공정한 선거를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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