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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머물던 빛, 한국에 왔다…‘빛의 화가’ 방혜자 회고전

등록 2026.04.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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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 청주관,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전

퐁피두 등 프랑스 소장작 첫 공개

대표작 67점·아카이브 200여 점 공개

프랑스 아주(Ajoux) 작업실의 방혜자, 2020. 사진 © 정재준.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아주(Ajoux) 작업실의 방혜자, 2020. 사진 © 정재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의 빛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끝내 보이게 하는 힘이다. ‘빛의 화가’ 故 방혜자(1937~2022)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방혜자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전을 오는 24일부터 9월 27일까지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의 전 생애를 조망하는 회고전이다.

전시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복원’에 가깝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국립 퐁피두센터, 세르누치박물관 등 프랑스 주요 기관 소장작을 포함, 전체 출품작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1960년대 초기부터 2000년대 이후에 이르는 대표작 67점과 아카이브 200여 점이 총망라됐다.
〈하늘의 땅〉, 2011, 패널, 종이에 천연 안료, 179 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재판매 및 DB 금지

〈하늘의 땅〉, 2011, 패널, 종이에 천연 안료,  179 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재판매 및 DB 금지



방혜자에게 빛은 재현의 대상이 아니었다. 유년기의 병고와 산사에서의 시간, 전쟁과 이주의 기억,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마주한 자연과 토양은 그의 작업 안에서 중층적인 빛의 세계를 형성했다.

1937년 경기도 고양군에서 태어난 그는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왔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등에서 수학하며 유럽 미술계에 진입한 그는 특정 경향을 따르기보다 내면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작업의 핵심은 재료다. 한지, 흙, 부직포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안료를 스며들게 하고, 물성과 신체의 움직임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빛’을 만들어낸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프랑스 루시용 지역의 황토와 천연 안료를 도입하며 화면은 단순한 평면을 넘어 에너지의 장으로 확장됐다.
〈빛에서 빛으로〉, 2012, 닥지에 천연 안료, 328 × 129.5 cm, 방혜자 재단, 사진 정재준 *재판매 및 DB 금지

〈빛에서 빛으로〉, 2012, 닥지에 천연 안료, 328 × 129.5 cm, 방혜자 재단, 사진  정재준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작업은 회화에 머물지 않았다. 프레스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확장된 그의 작업은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로 이어지며, 건축과 빛이 결합된 공간으로 완성됐다.

전시는 ‘인트로’를 시작으로 ‘빛의 탄생’, ‘하늘과 땅과 손을 잡고’, ‘빛을 심으며’, ‘빛으로 태어나는 길’, ‘아카이브’까지 총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인트로’에서는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가운데 하나인 ‘빛의 탄생’ 재현작(2019)이 관람객을 맞는다. 빛·생명·사랑·평화를 주제로 한 연작 중 한 점으로, 작가가 평생 사유해 온 ‘빛’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제시한다.


〈하늘의 토지〉, 2008, 부직포에 천연 안료, 178 × 300 cm, 영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하늘의 토지〉, 2008, 부직포에 천연 안료, 178 × 300 cm, 영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정기 (精氣)〉 1969 캔버스에 유화 물감 사포 가죽 131 × 194 cm 국립현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정기 (精氣)〉  1969  캔버스에 유화 물감  사포  가죽  131 × 194 cm  국립현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전시는 초기 앵포르멜 경향의 작업부터 한국 체류기 작품, 한지와 자연 재료를 활용한 실험, 우주적 사유로 확장된 추상 회화까지 이어진다.

후반기 대표작 ‘비상’, ‘빛에서 빛으로’에서는 화면 전체로 확산되거나 중심으로 응축되는 빛의 구조가 두드러진다.

전통 회화의 배채법을 응용한 작업은 깊이 있는 공간감을 형성하며, 화면은 하나의 우주로 확장된다.

마지막 ‘아카이브’에서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담은 기록들이 공개된다. 파리와 프랑스 남부 작업실, 한국 레지던시에서의 실험작과 노트, 서신, 드로잉, 영상 자료 등을 통해 방혜자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그간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방혜자의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라며 “프랑스 소장작을 아울러 선보임으로써 작가의 작업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이청아가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하며, 전시 안내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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